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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적 없는데 허리 통증, 젊다고 방치하면 척추뼈 굳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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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5호 27면

[헬스PICK] 몸 뻣뻣해지는 ‘강직척추염’

강직척추염은 척추와 엉덩이뼈가 만나는 부위에 위치한 천장 관절에 생긴 만성적 염증으로 척추 마디가 대나무처럼 일자로 굳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목·엉덩이·허리 등 다양한 부위 척추 관절 통증과 몸이 뻣뻣하게 굳는 강직감이 특징인 강직척추염은 유독 40세 이하 젊은 남성에서 발병률이 높다. 개그맨 김시덕도, 래퍼 타이거JK도 강직척추염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강직척추염은 증상이 일시적이고 몸을 움직이면 덜한 데다 첫 발병 시점이 20대 초반으로 젊어 이상 징후를 간과하기 쉽다. 청춘을 공격하는 강직척추염에 대해 알아봤다.

젊은 나이일수록 되레 질병 활성도 높아

강직척추염은 40세 이하 젊은 남성에서 주로 발병하는 진행성 염증 질환이다. 강직척추염의 초기 증상은 간헐적 엉덩이·허리 통증이다. 근육통, 허리디스크 등 다른 근골격계 질환과 감별이 어려워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도는 진단 방랑을 겪기도 한다. 첫 증상 발현 후 강직척추염으로 진단받기까지 약 40개월이나 걸린다는 보고도 있다. 노원을지대병원류마티스내과 허진욱 교수는 “증상이 경미해 방치하다가 척추뼈가 서서히 굳는 강직 증상이 나타나 뒤늦게 병원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강직척추염 환자 10명 중 4~5명(47.2%)은 진단 당시 이미 척추 관절이 굳어진 상태였다. 척추 강직 증상이 나타나면 척추 뼈 전체가 대나무처럼 하나로 연결되는 관절 변형이 생긴다. 또 척추 주변 조직이 골화되면서 모든 방향으로 척추 운동이 어려워진다. 척추가 서서히 앞으로 굽으면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힘든 상태가 된다.

척추에 염증이 생기는 강직척추염은 발병 연령이 빠를수록 질병 활성도가 높다.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홍승재 교수는 “면역반응이 활발한 젊은 나이에 체내 염증이 증가해 질병 활성도가 높아지면 결과적으로 척추 변형이 빨리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2000~2018년 동안 강직척추염 환자를 대상으로 강직척추염 진행 정도를 살폈더니 염증의 강도를 의미하는 C-반응성 단백질 수치는 20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방사선학적 척추변형 지표는 30대에서 가장 높았다. 서울아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김용길 교수는 “강직척추염은 젊을수록 질병 진행이 빠르고, 척추 변형 등이 나타나면 회복이 어려운 만큼 젊다는 이유로 통증을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리디스크 같은 비염증성 요통과 달라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강직척추염에 대비하려면 통증의 양상을 예민하게 살펴야 한다. 대표적 증상이 바로 염증성 요통(Inflammatory bak pain)이다. 척추를 침범하는 강직척추염 환자의 75%는 첫 증상으로 염증성 요통을 호소했다. 강동경희대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이상훈 교수는 “염증성 요통으로 인한 허리 통증은 아프다고 쉬면 오히려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새벽에 통증이 심해 잠을 잘 설치고, 자고 일어난 아침에 허리가 뻣뻣하고 통증이 심한 조조강직을 동반한다. 반면 발목이 삐거나 근육통, 척추협착증, 허리디스크 같은 비염증성 요통은 사고가 난 이후거나 과격하게 운동을 한 다음 날 등 아프기 시작한 시점을 명확하게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40세 이하로, 언제부터 아팠는지 모를 허리·엉덩이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하면서 점점 심해지고, 자고 일어났을 때나 몸을 움직이지 않고 쉴 때 통증이 더 심하고, 저녁보다는 아침 통증이 심하고, 통증으로 밤잠을 설친다면 강직척추염으로 인한 염증성 요통일 수 있다.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최찬범 교수는 “강직척추염으로 굳은 척추 관절은 비가역적 변화로 예전의 상태로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별다른 이유 없이 통증이 계속된다면 류마티스내과를 방문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척추뼈의 구조적 손상을 막는 치료를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 영상검사를 할 때 허리는 물론 골반 부위까지 포함해 검사하면 강직척추염을 조기에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치료는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 면역억제제, 생물학적 제제, JAK 억제제 등 다양한 기전의 약으로 질병 진행을 늦추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핵심은 임상적으로 염증이 없는 상태인 관해(Remission)를 유지하는 것이다. 질병 활성도를 낮춰 척추 관절의 구조적 변형을 막는 전략이다.

최근엔 체내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을 표적으로 치료 반응률(ASAS40)을 높인 피하주사 제형의 인터루킨17A 억제제, 먹는 약인 JAK 억제제 등도 TNF-알파 억제제처럼 건강보험 급여의 적용이 가능해졌다. 홍승재 교수는 “다양한 표적치료제를 활용한 적극적 치료로 강직척추염의 진행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 등에서는 척추 변형을 예방하기 위해 뼈 손상이 없는 상태일 때부터 적극적 약물치료를 시도한다.

강직척추염은 3~6개월 정도 약물치료에도 치료 반응이 불충분하면 교체 투여를 고려한다. 허진욱 교수는 “척추 변형의 직접적 원인인 사이토카인을 차단해 강직 등 질병 진행을 막는 약을 적기에 쓰면 척추 변형이 생기는 것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꾸준한 약물치료만큼 운동도 필수적이다. 규칙적 운동은 통증·강직 등 강직척추염 증상을 줄여주고, 관절의 가동 범위를 유지하는 데 긍정적이다. 대한류마티스학회도 강직척추염의 비약물적 치료 중 하나로 스트레칭·수영·걷기 등 유산소 운동을 강조한다. 목·어깨·허리·엉덩이 등을 최대한 뒤로 펴는 스트레칭을 매일 20~30분씩 하면 자세 변형을 막는다.

금연도 중요하다. 흡연은 염증의 악화, 뼈의 강직 진행 등을 유발해 강직척추염 진행을 가속한다고 알려졌다. 여러 역학 연구에서 뼈 손상이 진행하는 군은 흡연율이 유의하게 높았다. 바른 자세를 습관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평소 목과 허리를 굽히지 말고 반듯한 자세를 유지한다. 잠을 잘 때도 척추가 굽는 새우잠은 피한다. 침대 매트리스는 푹신한 것보다는 적당히 단단한 것으로 선택한다. 의자·소파에 앉을 때는 등이 굽어지는 자세로 오래 앉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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