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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칼 배달"…배현진 피습 이후, 총선 후보들이 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배현진 의원이 지난 25일 괴한에게 습격 당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 배현진 의원실

배현진 의원이 지난 25일 괴한에게 습격 당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 배현진 의원실

“살해 협박을 받아봤다”(국민의힘 중진 의원)
“스토킹도 당했다”(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잇따라 피습당하자 정치권이 얼어붙었다. 4·10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를 돌 채비를 하는 의원들은 “위협 상황을 종종 마주한다”고 두려움을 호소한다. 수행 비서를 늘리거나 호신용품을 구매 계획을 세우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는 의원들도 늘고 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26일 통화에서 “전날 한 남성이 지역구 사무실로 찾아와 따라다니다가 화장실까지 쫓아와 무서운 느낌이 들어 도망갔다”고 말했다. 다른 수도권 의원은 “사무실 앞에 찾아와 홍보물을 찢거나 면전에서 ‘빨갱이 XX’라고 소리치는 등 돌발 행동을 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했다. 섬뜩한 일도 종종 벌어진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사무실에 칼이 배달돼 등골이 서늘해진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유명세가 있는 의원들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 국민의힘 예비후보인 이수정(범죄심리학) 경기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수기로 작성된 쪽지 사진을 올렸다. 쪽지에는 “부재중이라 편지를 남긴다. 왜 국민의힘으로 출마합니까”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교수는 “출마 소식을 접하고 처음 받은 협박 메시지다. 배 의원 일이 남 일 같지 않다”고 했다. 이 의원은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비교적 대중에 잘 알려진 정치인이다.

정치권에서는 잇따른 피습 사건으로 정치인의 소신 발언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표와 배 의원은 모두 각종 현안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선명하게 낸다고 평가받아 왔다. 이 대표는 그간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앞장서서 주장했고, 배 의원은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등을 거치며 ‘야당 저격수’로 활동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과감하게 발언하는 정치인에게 안티 세력도 더 많이 따라붙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국회는 서로 다른 주장이 충돌하면서도 토론을 통해 합의를 만들어가는 곳인데, 정치인이건 지지자건 극단적으로 대치하는 분위기라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피습 이후 서울대병원에 도착한 이재명 대표 모습. 연합뉴스

피습 이후 서울대병원에 도착한 이재명 대표 모습. 연합뉴스

특히, 배 의원 피습 뒤 여성 의원들 사이에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한 민주당 여성 의원은 “현장에서 신체를 과도하게 접촉하고 안 놓아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가 가는 일정마다 ‘좋아한다’며 따라오는 사람도 있었다”며 “이 대표 피습 사건 뒤 트라우마가 생겨 지하 주차장에서도 차에서 내리자마자 입구로 뛰어들어간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본격적으로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 수행비서를 더 늘릴 방침이다.

하지만 자구책 외에는 뚜렷한 안전장치가 없다는 게 문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선거 운동이 본격화하면 한 명이라도 더 스킨십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마냥 방어적인 자세로 선거 운동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민의힘 여성 의원은 “보좌진과 함께하더라도 돌발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는데, 최소한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받을 수 없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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