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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국 경제 1.4% 성장…팬데믹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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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지난해 한국 경제가 전년 대비 1.4% 성장했다. 4분기 건설투자에 찬바람이 불었지만, 수출이 회복된 덕에 전망치를 겨우 지켰다. 올해는 2%대로 반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소비 둔화 등으로 성장세가 녹록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6%(전 분기 대비)로 잠정 집계됐다. 1분기 0.3%, 2·3분기 각 0.6%에 이은 4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GDP 증가율은 1.4%(전년 대비)로 나왔다. 하지만 2022년(2.6%)과 비교하면 성장률이 거의 반 토막 났다.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한 2020년(-0.7%)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다.

당초 한은은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0.7%를 찍어야 연간 전망치(1.4%)의 안정적 달성이 가능하다고 봤다. 4분기 들어 건설투자 부진이 두드러졌지만, 수출·설비투자가 좋아지면서 0.6% 성장으로 목표치에 힘겹게 부합했다. 건설투자는 건물·토목 모두 흔들리면서 전 분기 대비 4.2% 감소했다. 2012년 1분기(-4.3%) 이후 11년여 만에 가장 큰 감소 폭(분기 기준)이다. 민간소비도 재화 소비가 줄어든 여파로 0.2% 증가에 그쳤다. 반면 설비투자는 운송 장비 등을 중심으로 3.0%, 수출은 반도체 반등에 힘입어 2.6% 증가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지난해 연간 성장률을 주요 항목별로 들여다보면 건설투자·설비투자는 증가 전환, 민간소비·정부소비·수출입은 증가 폭 축소로 정리된다. 특히 민간소비 증가율(1.8%)은 팬데믹 시기인 2020년(-4.8%)을 제외하면 2013년(1.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1%대로 떨어진 성장률은 올해 다시 2% 선을 넘길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한은은 2.1%, 정부는 2.2%로 각각 내다보고 있다. 여기엔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경기 개선 흐름이 이어질 거란 기대가 깔려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국 경제가 기댈 부분은 수출과 IT 부문의 설비투자”라고 밝혔다.

하지만 연초부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악재가 터진 데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가계부채 누적 같은 문제가 이어지면서 향후 경제 상황은 불안하다. 중동 등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 금리 인하 시점 같은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1월 전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 대비 1포인트 하락한 69로 11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PF 여파 등으로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악화한 걸 보여준다.

특히 수출은 호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소비 둔화가 숙제로 꼽힌다. 내수가 수출과 엇박자를 내면 연간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어서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올 1분기 내수 부진이 주요한 (성장)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영연구원(1.8%)·신한금융지주(1.7%) 등 민간 기관에선 내수 부진 등을 근거로 1%대 성장에 그칠 거란 예측도 적지 않다.

저성장 고착화 우려 속에 민간 경제 활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내수 회복을 위해 올 상반기 재정을 집중 지출하겠다고 했지만, 구조적 원인을 바꾸는 게 급선무”라면서 “규제 개혁과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 등 과제를 해결해야 민간 일자리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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