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등 서비스업 규제 확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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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명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지속 성장을 위한 한국 무역의 진로’ 좌담회에서 사공일 이사장, 앤 크루거 고문, 정세균 장관, 이희범 회장, 김정수 소장(왼쪽부터)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안성식 기자

중앙일보.산업자원부.한국무역협회가 공동으로 28일 서울 명동 롯데호텔에서 '지속 성장을 위한 한국 무역의 진로'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수출 3000억 달러 달성을 눈앞에 두고 마련된 이날 좌담회에는 앤 크루거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특별고문,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이희범 한국무역협회장,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김정수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이 참석했다.

▶김정수 소장(사회)=수출 3000억 달러의 의의는 무엇이라고 봐야 하나.

▶이희범 회장=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양적 측면에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고속 성장을 했다는 것이다. 둘째, 기술적인 측면에서 수출 품목이 가발.합판 등에서 반도체.자동차.통신기기 등 첨단 제품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셋째, 수출 3000억 달러는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문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덩치가 큰 중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나라가 소득 수준 2만~2만5000 달러일 때 3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사회=수출 3000억 달러 돌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요즘 한국의 성장잠재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한국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앤 크루거 고문=한국이 앞으로 10~13% 수준의 성장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개선되고 있지만 금융 분야가 뒤떨어져 있다. 따라서 서비스업 관련 규제를 철폐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뉜 노동시장도 통합해야 한다. 고령화에 맞춰 은퇴 연령을 1~2년 정도 늦추는 것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사공일 이사장=우리나라는 중국 베이징.상하이와 비행기로 불과 두 시간 거리에 있다. 중국 시장의 한가운데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양한 서비스 산업을 활성화해 중국 시장을 상대로 고부가가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싱가포르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회=한국의 경제 여건에서는 이제 산업정책이 불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세균 장관=시장 만능주의에 따른 시각이다. 아직은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이나 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2003년 신성장동력사업을 선정해 기업들의 투자를 도왔다. 현재 정부는 차세대, 차차세대 신성장 동력사업을 찾고 있다.

▶사회=미국의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크루거=미국의 상하 양원 지도부의 변화가 있었다. 행정부도 의회 지도자들과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사회=한.미 FTA가 타결되면 어떤 효과가 있을 것인가.

▶사공=무엇보다도 미국에 대한 수출이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효과도 있다.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 기업들도 국제 기준에 적합한 경영을 하게 될 것이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금융.물류.교육.법률.의료 등 서비스 분야의 효율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사회=그렇지만 한.미 FTA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

▶크루거=의외다. 한국은 수출을 통해 큰 혜택을 본 나라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것은 지나친 우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한.미 FTA가 발효되면 이런 반대가 수그러들 것이다.

▶이=1990년대 말 수입다변화제도를 폐지하면서 국내 시장에선 오히려 일본제 밥솥이 사라지고 국내 제품이 이를 대신했다. 시장 개방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현실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크루거=한국은 좀 더 무역장벽을 낮추고 외국자본에 대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 또 무역 규모에 걸맞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다른 신흥 공업국에 앞서 도하라운드에 적극 나서는 등 개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개방에 따른 부작용은 사회안전망 확충으로 보완해야 한다. 이럴 경우 장기적으로 한국에 더 큰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정리=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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