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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치국·해물찜 먹고, 갯마을 골목 구석구석 산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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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연필뮤지엄 4층 카페에서 촬영한 묵호항 풍경. 멀리 언덕 위에 선 묵호 등대도 보인다.

연필뮤지엄 4층 카페에서 촬영한 묵호항 풍경. 멀리 언덕 위에 선 묵호 등대도 보인다.

강원도 동해가 재미있어졌다. 특히 묵호항이 확 달라졌다. 2021년 약 80억원을 들여 완공한 체험시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만이 아니다. 동해 최초의 박물관부터 독립서점, 기념품 가게와 아트숍까지 재미난 장소가 부쩍 늘었다. 대부분 팬데믹 시기에 묵호에 정착한 외지 사람들이 만들어낸 변화다. 짙푸른 바다와 살 오른 겨울 해산물에 신흥 명소를 둘러보는 골목 산책까지. 겨울 동해를 만끽하는 법을 알려드린다.

‘3대 항구’ 명성 남아 있는 논골담길

묵호항 수산물 위판장은 아침부터 활기가 넘친다. 상인이 홍게를 들고 있는 모습.

묵호항 수산물 위판장은 아침부터 활기가 넘친다. 상인이 홍게를 들고 있는 모습.

묵호항은 과거 한국 3대 항구로 명성을 떨쳤다. 1960년대부터 무연탄의 수출 전진기지이자 명태·오징어의 집산지 역할을 했다. 그 흔적이 논골담길에 남아 있다. 해발 67m 마을 언덕에 우뚝 솟은 묵호등대까지 올라가는 길이 논골담길이다. 등대 옆에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가 있다. 다양한 종류의 액티비티 체험도 가능하지만, 겨울에는 대체로 전망대만 들른다. 삼척까지 훤히 보인다.

요즘 묵호항의 주인공은 대게다. 동해 앞바다에서 잡아 온 대게뿐 아니라 묵호에서는 러시아산 대게도 많이 먹는다. 동해시 관계자는 “전국에 유통되는 러시아 대게의 90%가 동해항을 통해 들어온다”고 말했다.

동해의 별미, 곰치국. 김치를 넣어 시원하다.

동해의 별미, 곰치국. 김치를 넣어 시원하다.

겨울엔 곰치국도 인기다. 동해에서는 김치를 넣고 곰치국을 끓인다. 가격은 곰치 어획량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1월 18일 묵호항의 식당 대부분이 곰치국 1인분을 2만원에 팔았다. 몇 년 새 훌쩍 오른 가격이 얄궂지만, 얼큰하고 개운한 곰치국의 유혹은 뿌리치기 어렵다.

아침에는 어시장으로 나간다. 펄떡이는 해산물을 목청 높여 파는 모습에서 활기가 느껴진다. 시장 좌판에 깔린 해산물 맛이 궁금해 ‘동백식당’에서 해물찜을 주문했다. 동해에서 잡은 대게와 문어에 가리비·골뱅이·오만둥이 등을 쪄 매콤하게 볶은 콩나물과 함께 먹는 요리다. 비싼 해물이 꼭 맛있는 건 아니다. 단맛이 잔뜩 오른 골뱅이가 군계일학이었다.

연필뮤지엄·책방…외지인이 바꾼 풍경

2021년 개관한 연필뮤지엄은 동해시의 유일무이한 박물관이다. 연필 3000여 점을 볼 수 있다.

2021년 개관한 연필뮤지엄은 동해시의 유일무이한 박물관이다. 연필 3000여 점을 볼 수 있다.

묵호의 맛을 느꼈다면 이제 골목을 누비며 달라진 동해를 만날 차례다. 먼저 들를 곳은 시립 발한도서관 앞에 있는 연필뮤지엄이다. 2021년 개장한 동해시 최초의 박물관이다.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는 이인기 대표가 약 30개국을 다니면서 수집한 연필 3000여 점을 전시했다. 100~200년 전 독일 연필부터 이어령·김훈 등 유명 작가가 쓰던 연필을 전시했고, 연필의 탄생과 역사 이야기도 보여준다. 이 대표는 “연필 한 자루 한 자루를 보석이나 유물 보듯이 관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발한동에 자리한 아트숍 ‘묘한 동해’. 목공예품과 다양한 액세서리를 판다.

발한동에 자리한 아트숍 ‘묘한 동해’. 목공예품과 다양한 액세서리를 판다.

2021년 연필뮤지엄이 생기고 여행작가 채지형·조성중 부부가 ‘여행책방 잔잔하게’를 연 뒤 동해에 흥미로운 가게가 많이 생겼다. 공예품점 ‘묘한 동해’가 대표적이다. 아기자기한 액세서리와 추민정(42) 사장이 직접 만든 목공예품을 판다. 중앙시장 옆에 자리한 문구점 ‘끼룩상점’도 MZ세대 여행객에게 인기다. 한나래(33) 사장이 직접 촬영하고 디자인한 엽서와 기념품에 동해가 오롯이 담겨 있다. 여관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난해 개장한 호텔 ‘카라멜 스테이션’은 카페 겸 식료품점으로도 여행객의 발길을 끈다.

‘끼룩상점’은 동해 풍경을 담은 기념품을 판다.

‘끼룩상점’은 동해 풍경을 담은 기념품을 판다.

동해의 신흥 명소로 떠오른 이들 공간은 젊은 사장들이 팬데믹을 계기로 동해에 둥지를 틀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이 답답해서 떠났다”고 입을 모은다. 추민정 사장은 “관광지 분위기가 강한 강원도의 다른 해변 도시와 달리 차분한 동해의 매력에 반해 정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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