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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찍어요" 설교 중 선거 운동한 목사…헌재 "처벌은 합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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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가운데)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1월 사건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이종석(가운데)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1월 사건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스1

교회에서 목사가 설교하다가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25일 헌재는 목사 A·B씨가 청구한 공직선거법 85조 3항, 255조 1항 9호 등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참여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서울 송파구 한 교회의 담임목사이던 A씨는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2020년 3월 29일 교회에서 설교 중 “지역구는 2번 찍으세요, 여러분. 2번, 황교안(전 미래통합당 대표) 장로 당입니다. 2번 찍으시고” 등의 언급을 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 50만원을 확정받았다.

다른 교회 담임목사 B씨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2022년 1월 6일 신도에게 “아, 이재명이 분명히 공산주의 하겠다는 거요” “이재명이 그 선거 공약을 믿어? 이 멍청한 것들아”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 85조 3항은 ‘누구든지 교육적·종교적 기관·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구성원에 대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들 목사는 각각 재판 과정에서 목사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조항이 종교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해 헌법에 어긋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종교단체의 특성과 성직자 등이 가지는 상당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선거운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위반한 경우 처벌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종교단체가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며, 정치와 종교가 부당한 이해관계로 결합하는 부작용을 방지함으로써 달성되는 공익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성직자는 종교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 사회지도자로 대우받으며 신도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종교적 신념을 공유하는 신도에게 자신의 지도력, 영향력을 기초로 공직선거에서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반대를 끌어내려 하는 경우 왜곡된 정치적 의사를 형성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또 “단순히 친분에 기초해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는 규제 대상이 아니고, 단순한 의사표시나 의례적인 인사말을 문자메시지로 전송하는 행위 등은 애당초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며 “제한 조항으로 인해 통상적인 종교활동이나 종교단체 내에서의 친교 활동이 과도하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는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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