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관섭 "尹 명품백 회견? 추측성 보도 대응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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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8월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첫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던 모습. 윤 대통령은 이후 기자회견을 갖지 않았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도대체 왜 이런 추측성 보도가 나오느냐.”

25일 아침 참모 회의를 주재하던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했다는 말이다. 대통령실에선 매일 아침 수석비서관 전원과 핵심 참모가 참석하는 비서실장 주재 티타임이 열린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비서실장은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언론사 대담 형식으로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입장을 밝힐 것’이란 보도에 대해 “아직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 추측성 보도에 일절 대응하지 말라”라며 단호하게 얘기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충돌까지 초래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을 두고 윤 대통령이 곧 입장을 밝힐 것이란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형식은 신년 기자회견이 아닌 KBS 등 특정 언론과의 대담이며, 윤 대통령이 유감 표명을 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여러 방안을 검토한 것은 맞다”라면서도 “이 비서실장의 말처럼 윤 대통령은 아직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여사의 명품백 의혹에 대한 답변을 포함해 윤 대통령이 언론과 소통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으나, 구체적 방향성조차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박상욱 신임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이 25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실 참모진은 지난달 최소 3가지 이상의 신년 언론 대응 방안을 준비해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생중계로 출입기자단과 신년 기자회견을 하는 기존 방식, KBS 등 특정 언론사와의 깊이 있는 대담, 윤 대통령이 직접 출입기자단에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대접하며 여는 간담회 등이었다.

관련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의 결정이 길어지는 이유를 두고선, 명품백 의혹에 대한 입장 표명 여부와 그 수위 때문이라는 것이 여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최근 한 위원장과의 충돌도 변수로 떠올랐다.

참모진의 의견도 엇갈린다. 기자회견을 통해 유감 표명이 필요하다는 주장부터 사과하는 순간 더 코너에 몰릴 수 있다는 반론, 굳이 언론과 대면해 논란을 더 키울 필요가 없다는 의견까지 나왔다고 한다. 대통령실 안에선 “언론 대응 방안을 두고 참모 간의 노선 차이가 드러났다”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김경율 비대위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뉴스1

현재로선 KBS 등 특정 언론사와의 대담이 신년 기자회견보다 유력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민생토론회를 마치고 수석급 이상 참모들을 소집해 언론 대응 방안을 재차 논의했다. 하지만 이날도 결정을 내리지 않아 사실상 원점 재검토로 돌아간 상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지금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며 “토끼몰이식으로 윤 대통령에게 특정 선택지를 요구하다 보면 모든 것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참모는 “형식보단 내용이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신임 과학기술수석에 서울대 박상욱 교수=윤 대통령은 25일 신임 과학기술수석으로 박상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를 내정했다.

이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박 내정자는 기초 과학과 과학기술 정책학 전공 뒤 과학기술혁신정책 분야 연구 및 정책자문에 활발히 참여했다”며 “연구 개발(R&D)에 대한 쇄신 의지도 갖췄다”고 말했다. 과기수석실 산하에는 R&D 정책과 디지털, 바이오 메디컬, 미래전략기술 등 4개 비서관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1972년생인 박 내정자는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화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영국 서섹스대에서 과학기술정책으로 두 번째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과 정책에 모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