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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26㎝ 눈폭탄'에도 무등산은 0.4㎝ 관측…적설계에 무슨 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평지에 눈이 26㎝이상 쌓였는데 산꼭대기에는 적설량이 거의 측정되지 않았다. 이를 놓고 눈이 바람에 날려 쌓이지 않았다는 주장과 측정 장비인 적설계(積雪計)가 고장 난 게 아니냐는 말이 엇갈린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무등산 국립공원 이야기다.

광주지방기상청이 무등산 장불재 자동기상관측소에 설치한 레이저식 적설계. [사진 광주지방기상청]

광주지방기상청이 무등산 장불재 자동기상관측소에 설치한 레이저식 적설계. [사진 광주지방기상청]

대설에도 관측량은 0.4㎝

25일 광주지방기성청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사흘간 광주·전남지역 적설량은 광주 광산구 26㎝, 전남 장성 상무대 22.5㎝, 함평군 월야면 18㎝, 무안군 17㎝ 등이었다. 광주지역은 23일 오전 4시 10분 대설경보, 24일 오전 6시 30분 대설 주의보가 발효됐다. 이처럼 많은 눈이 내렸지만, 24일 오전 무등산 장불재에 설치된 레이저식 적설계(해발 912m)가 관측한 적설량은 0.4㎝에 그쳤다. 온종일 눈이 내린 23일에는 아예 눈이 관측되지 않았다.

이 적설계는 지난해 10월 31일 설치돼 지난 1일부터 정식 가동됐다. 개당 가격이 1415만원으로 80㎝ x 80㎝크기 판에 쌓인 눈을 레이저를 이용해 측정한다. 기상청은 지난해 광주지역 자동기상관측소 96곳 중 12곳에 레이저식 적설계를 설치했다. 무등산에 이런 장비를 설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기상청은 전했다.

광주 광산구 수완동 거리에서 지난 23일 의용소방대원들이 눈 치우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광산구 수완동 거리에서 지난 23일 의용소방대원들이 눈 치우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전 광주 무등산 정상부에 눈이 내려앉아 하얗다. 광주지역은 지난 22일부터 사흘간 적설량 26cm의 많은 눈이 내렸다. 황희규 기자

25일 오전 광주 무등산 정상부에 눈이 내려앉아 하얗다. 광주지역은 지난 22일부터 사흘간 적설량 26cm의 많은 눈이 내렸다. 황희규 기자

“고장” vs “안 쌓인 것”…기상청 내 의견 분분 

이를 두고 기상청 내부에서도 분석이 엇갈린다. 광주기상청 예보과는 “ 폐쇄회로TV(CCTV) 확인 결과 눈이 쌓였는데, 측정이 안 돼 고장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광주기상청 관측과는 “지형 특성상 바람이 많이 불어 눈이 쌓이지 않았을 뿐이다. CCTV 영상을 보면 적설계 주변 풀 등에 눈이 쌓였는데 적설판에는 없다”고 반박했다.

기상청 “보안 대책 마련 위해 고민 중” 

이에 적설계 ‘먹통’ 논란이 일자 광주기상청은 이번에 강풍과 함께 내린 눈이 물기를 머금은 습설(濕雪)이 아닌 건설(乾雪)이라 더 쌓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광주기상청 관측과 관계자는 “정비를 따로 하지 않은 상태서 0.4㎝를 관측했기 때문에 고장은 아니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적설계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등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장비를 수리하려면 기술자가 산길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능선에 눈이 쌓여 올라갈 수 없어 당장 점검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광주지방기상청이 무등산 장불재 자동기상관측소에 설치한 레이저식 적설계. [사진 광주지방기상청]

광주지방기상청이 무등산 장불재 자동기상관측소에 설치한 레이저식 적설계. [사진 광주지방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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