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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전쟁에도 국제유가 안정세…미국 셰일 붐이 안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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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중동지역 긴장 고조,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에너지시설 공격 등 여러 리스크에도 국제유가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원유 생산량을 늘리면서 글로벌 원유공급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82센트(1.09%) 하락한 배럴당 74.37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3월 인도분 북해 브렌트유도 51센트(0.64%) 떨어져 배럴당 79.55달러를 기록했다.

과거에 단기 악재가 터질 때마다 유가가 급등세를 탔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미국의 셰일 오일 생산량 증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결속력 약화, 중국의 원유 수요 둔화 등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세계 석유 공급량이 하루 150만 배럴 늘어나 사상 최고치인 1억3350만 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 원유생산은 최근 셰일 붐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중순 1330만 배럴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하루 원유 생산량(960만 배럴 내외)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미국은 지난해 연간으로도 일일 1292만 배럴(추정치)로 사상 최대 생산량을 기록했다. 이 중 셰일오일의 비중은 73%로 셰일 붐이 생산 호조세를 주도했다.

여기에 OPEC의 ‘석유 카르텔’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아프리카 2대 산유국인 앙골라가 감산 기조에 불만을 표하며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를 탈퇴했고, 나이지리아·이라크 등도 원유 생산을 늘리는 등 반기를 들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보고서에서 “미 셰일 붐은 러-우 전쟁, OPEC+ 감산 확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홍해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 영향을 상쇄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글로벌 원유 수급 안정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인 중국의 성장 둔화도 국제유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기구들은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보다 더 낮은 4%대로 낮춰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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