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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감자를 솥에 ‘앉힐’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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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호빵, 군밤, 붕어빵 등 맛있는 겨울 간식이 많지만 집에서 손쉽게 해먹을 수 있고 구하기도 쉬운 감자, 고구마가 겨울 간식으로는 제격이라 할 수 있다. 오순도순 둘러앉아 뜨겁게 찐 감자와 고구마를 호호 불어 가며 먹으면 겨울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조리법은 찜통에 물을 붓고 깨끗이 씻은 감자와 고구마를 올려 쪄내기만 하면 된다. 이러한 요리 과정을 표현할 때 많은 사람이 “감자와 고구마를 솥에 앉힌다”고 표기하곤 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것으로, ‘앉히다’가 아닌 ‘안치다’를 사용해 활용해야 바르다.

‘앉히다’의 발음이 [안치다]로 나다 보니 ‘안치다’가 소리 나는 대로 적은 잘못된 표현이고, ‘앉히다’라고 써야 바른 표기라 생각한 듯하다. 그러나 ‘앉히다’와 ‘안치다’는 각각의 의미를 지닌 독립된 단어다. 그러므로 내용에 따라 알맞은 낱말을 선택해 써야 한다.

‘안치다’는 ‘밥, 떡, 찌개 등을 만들기 위해 그 재료를 솥이나 냄비 등에 넣고 불 위에 올리다’는 뜻을 지난 낱말로, “명절을 준비하느라 시루에 떡을 안쳤다” “이제 솥에 쌀을 안치기만 하면 된다”처럼 쓸 수 있다.

‘앉히다’는 ‘앉다’에 사동의 표현을 만들어 주는 접사 ‘-히-’가 붙어 만들어진 낱말로, ‘앉게 하다’는 뜻이다. “엄마는 아이를 무릎에 앉혔다”와 같이 사용된다. 또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그를 사장으로 앉혔다”처럼 ‘어떤 직위나 자리를 차지하게 하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정리해 보자면, 앉는다는 의미가 들어가면 ‘앉히다’, 음식을 쪄내는 걸 뜻하면 ‘안치다’로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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