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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구글 ‘OS 갑질’ 소송 패소…플랫폼 규제 힘 받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강요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는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제조사가 자체 OS를 만들 길이 열렸지만, 이미 구글과의 협력이 공고한 상황에서 사실상 새로운 OS가 나오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캠퍼스. 뉴스1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캠퍼스. 뉴스1

무슨 일이야

24일 서울고법 행정 6-3부(부장판사 홍성욱‧황의동‧위광하)는 구글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공정위는 2021년 9월 구글이 스마트폰 기기 제조사들을 상대로 안드로이드 OS 탑재를 강제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보고 과징금 2249억원을 부과했다. 구글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새로운 스마트기기 연구개발에 관한 혁신활동을 저해했고, 경쟁사업자를 배제해 경쟁을 제한하려는 의도와 우려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법원 판결 이후 구글 측은 “안드로이드 호환성 프로그램(안드로이드 OS가 다양한 기기에서 일관되게 작동하도록 보장하는 구글의 정책)이 한국 기기 제조사 및 앱 개발자들의 글로벌 확장·성공에 기여했고, 한국 소비자들에게 많은 혜택을 가져왔음에도, 법원이 구글의 청구를 기각해 유감스럽다”며 “판결문 내용을 신중히 검토한 뒤 향후 대응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게 왜 중요해

독점으로 모바일 OS 사업을 운영하던 구글이 경쟁당국과 법원의 철퇴를 맞았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는 전세계 7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제재 당시 공정위는 구글이 파편화금지계약(AFA)을 강제한 것을 가장 크게 문제 삼았다. AFA는 기기 제조사는 모든 스마트 기기에 포크OS(구글 안드로이드를 변형해 만든 OS)를 탑재할 수도 직접 개발할 수도 없게 한 계약이다. 공정위는 구글이 앱마켓인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를 같이 계약하는 조건으로 기기 제조사에 AFA를 강제 체결하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한 경쟁당국의 제재가 처음은 아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2018년 구글이 AFA를 통해 유럽 시장에서도 포크OS 기반 모바일 기기가 제조·판매되지 못하도록 방해한 행위 등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앞으로 삼성전자 등 제조사가 자체 개발 OS를 기기에 탑재할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선 이미 굳어진 OS 양강 체제와 구글과의 협력 관계를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다시 OS에 힘을 주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앞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에서 독자 OS 구축에 나선 적 있지만, 이미 시장을 장악한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모바일 운영체제 iOS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앞으로는

대형 해외 플랫폼 기업인 구글과의 법정 다툼에서 승기를 잡은 공정위의 플랫폼 규제가 탄력받을 전망이다. 공정위는 최근 플랫폼 독과점 문제를 강조하며 플랫폼 경쟁촉진법을 입법 추진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날 “국내 플랫폼 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독과점 플랫폼이라면 국내외 사업자를 구분하지 않고 차별 없이 규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