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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흑연 통제, 전기차 성장 둔화…배터리 업계 ‘먹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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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새해 들어 중국 정부가 고순도 흑연 수출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 수출 승인을 거절한 것도 아니라 지켜보고만 있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를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지난 22일 이렇게 말했다. 고순도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배터리 업계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직면했다. 전기차 성장률 둔화에 더해 중국 정부의 핵심 광물 수출 통제까지 겹쳐 새해엔 호실적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들어 실적 하락 전망이 잇따르며 상장된 배터리 기업 주가는 뚝뚝 떨어지고 있다. 전기차 시장 둔화에 공급망 위기까지 더해지며 배터리 업계 전체가 불황의 터널에 빨려들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불씨를 댕긴 건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수출 통제 대상이던 인조흑연에 더해 배터리 음극재용 고순도 천연흑연을 새롭게 수출 통제 대상에 올렸다. 중국 정부는 “흑연이 군사 용도로 전용되는 걸 막겠다”며 수출 신청 건마다 심사해 허가를 내주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8월 반도체 제조용 갈륨과 게르마늄에 이어 천연흑연까지 수출 통제 품목에 올린 건 중국이 배터리 산업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이 수출하는 흑연 물량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지난해 12월 중국의 천연흑연 수출량은 3973t(톤)으로 수출 통제 직전인 11월 대비 91%가 줄었다”며 “수출 통제 직전인 11월엔 외국 기업들이 서둘러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수출 물량이 4만5000t을 넘었었다”고 보도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는 한국 배터리 업계에 악재다. 세계 흑연 채굴량 130만t 가운데 중국 채굴량의 비중이 65%(85만t)로 높기 때문이다. 중국이 흑연 수출을 틀어막으면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 공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재고가 쌓여있고, 그동안 수입처를 다변화한 덕분에 2021년 ‘요소수 대란’ 때와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중국의 흑연 통제가) 장기화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3사와 국내 소재 기업들은 핵심 광물 공급처를 호주와 미국, 아프리카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천연흑연을 인조흑연으로 대체하는 한편 차세대 실리콘 음극재도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리튬가격 변동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자원정보서비스]

글로벌 리튬가격 변동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자원정보서비스]

흑연 수출 통제가 일시적 외환(外患)이라면 전기차 성장률 하락은 구조적 내우(內憂)다. HMG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117.1%(2021년)→65.2%(2022)→26%(2023)→23.9%(2024)로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배터리의 주 수요처인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더뎌지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 주가는 새해 들어 하락세다. 에코프로비엠 등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지난해 4분기에 적자를 냈을 것이란 전망도 주가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현대자동차·BYD 등 양산차 기업은 배터리 자체 생산을 염두에 두고 리튬 장기 공급 계약을 맺는 등 배터리 가격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창민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수요 둔화 흐름에 더해 고객사들의 강도 높은 재고 조정으로 배터리 소재 업체들이 출하량 쇼크를 겪을 수 있다. 특히 배터리 양극재 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힘든 배터리 기업은 생산 시설 확충보다 차세대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주도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제조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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