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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거래 11%가 직거래…중고장터앱에 아파트 매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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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직장인 박모(35)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마포구의 투룸 빌라를 전셋집으로 구했다. 보증금이 2억원이라 부동산 중개수수료로만 최대 60만원 이상을 내야 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은 덕분에 수수료를 아낄 수 있었다.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을 통해 집주인과 직접 거래한 덕이다. 박씨는 “전셋값이 많이 올라 수수료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당근에서 거래했다”며 “번거롭게 중개사를 거치는 대신 집주인에게 직접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어 편했다”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부동산중개업소를 찾는 대신 집을 직접 거래하는 경우가 과거보다 부쩍 늘었다. 23일 당근마켓에서 ‘부동산 직거래’를 열쇳말로 검색한 결과 서울 기준으로 25개 자치구별로 매매·전월세 등 다양한 매물이 수십 건씩 올라와 있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 수준의 소액 빌라·오피스텔 월세부터 매매가격 10억원이 넘는 아파트 매매까지 다양했다.

특히 고가 주택이 밀집한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경우 매매가 57억원짜리 잠원동 아파트, 45억원짜리 도곡동 아파트 펜트하우스, 매매가 35억원짜리 청담동 재건축 아파트 같은 매물도 수십 건 올라왔다. 매물을 소개할 때는 ‘직거래로 아낄 수 있는 비용 4389만원’ 같은 메시지도 달렸다.

당근마켓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뿐 아니라 ‘집판다’ ‘파직카’를 비롯한 직거래 애플리케이션, 인터넷 부동산 카페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직거래가 활발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에서 이뤄진 아파트 매매 건수 37만3485건 중 직거래는 3만9991건(10.7%)이었다. 10건 중 1건꼴로 직거래했다는 뜻이다. 다만 1년 전인 2022년 직거래 비중(15.6%·25만8599건 중 4만289건)과 비교해선 4.9%포인트 줄었다. 해당 통계는 2021년 10월부터 집계해 이전 직거래 여부는 파악하기 어렵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중개수수료를 아끼고 싶거나 가족·친인척 간 증여할 때 직거래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해 1월부터 증여세 부담이 늘어난 영향으로 직거래가 2022년 대비 주춤했지만 부동산도 다른 상품처럼 플랫폼을 통해 거래하는 경향이 확산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최근 부동산 매매시장이 침체하자 조금이라도 빨리 거래하려는 수요가 직거래로 몰린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거래가 줄어든 상황에서 직거래까지 확산하자 공인중개사가 후폭풍을 맞았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휴·폐업한 공인중개소가 1만5817곳으로 집계됐다. 2019년(1만6749곳) 이래 가장 많았다. 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부동산을 직거래하다 계약 사기나 하자가 발생할 경우 모두 계약 당사자가 책임져야 한다”며 “그래서 계약서는 소정의 수수료를 내고 공인중개사에게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을 직거래할 때 최대 장점은 중개수수료, 이른바 ‘복비’를 아낄 수 있다는 점이다.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 부동산중개업법에 따른 법정 최대 중개수수료는 550만원(거래금액의 최대 0.5%+부가가치세 10%)이다.

다만 직거래 특성상 절차가 까다롭고 위험 요소가 있는 점은 감수해야 한다. 등기 사항 증명과 소유권, 신탁, 가압류 여부, 근저당권 설정 채권액 등을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소송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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