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북극 냉기의 위력이 절정에 달하면서 체감 -20도를 밑도는 냉동고 한파와 함께 남부 지방에는 눈폭탄이 쏟아졌다. 강추위는 25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차가운 북서풍이 따뜻한 서해를 지나면서 눈구름이 생성됐고, 이 눈구름은 충청권 이남 지역에 들어와 눈폭탄을 뿌렸다. 충남 서해안과 전라권, 제주도 곳곳에는 시간당 1~3㎝ 안팎의 강한 눈이 내리면서 대설 특보가 내려졌다. 이날 오후 3시를 기준으로 전라북도 순창과 정읍은 22.9㎝의 적설을, 제주도 한라산은 24.1㎝를 기록했다.
한국 천리안위성 2A호에는 북서풍을 따라 형성된 거대한 눈 구름대가 서해 전역을 덮는 모습이 담겼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 기상위성 전문연구기관(CIRA)도 소셜미디어 ‘X’에 “한국 서해에 구름 길(Cloud street)이 생겼다”는 문구와 함께 위성 영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중부 지역에는 -10도 내외의 낮은 기온에 바람까지 불면서 체감 기온이 -20도를 밑도는 얼음장 같은 한파가 덮쳤다. 23일 서울은 체감온도가 -20.9도까지 떨어졌고, 동계청소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도 체감온도 -28.9도로 매서운 추위를 겪었다.
24일에도 서울 체감 -18도 강추위
눈은 24일 오후 대부분 그칠 전망이지만 강추위는 25일까지 맹위를 떨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24일 수도권 아침 최저 기온은 -16~-10도, 서울 예상 최저 체감 온도는 -18도로 예보했다. 강원 지역의 아침 최저 기온은 -21~-10도를 기록하겠고, 강원도 평창은 체감온도가 -28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25일 추위의 기세가 약해지기 시작해 26일에는 전국 기온이 최저 -11~1도, 최고 1~9도로 평년 수준을 회복한다고 예보했다.
극 소용돌이 붕괴와 함께 내려온 제트기류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도 1월 중순부터 열흘 넘게 한파가 지속하면서 22일까지 92명이 사망했다. 13일 미국 북서부 몬태나주(州)는 섭씨 -34도까지 떨어지며 1999년 이래 최저 기온을 기록했고 체감 온도는 -51도에 달했다. 미국 기상청은 "바깥에 있으면 30분 이내에 동상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눈폭풍과 함께 폭설이 쏟아지며 미시간주에서는 27인치(68.58㎝)의 눈이 쌓였다. 외신들은 아직도 미국 곳곳에서 정전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과 미국의 극한 한파는 북극 공기를 가두는 극 제트기류가 중위도로 내려온 탓에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상학자들은 성층권 하단부에서 나타난 극 소용돌이(Polar Vortex)의 붕괴 현상을 주목하고 있다. 북극 중심부에 위치한 극 소용돌이가 약해지는 동시에 제트기류가 중위도로 내려오면서 한국과 미국 등 북반구 곳곳에 북극의 냉기가 침투했다는 것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최근 북극의 극 소용돌이가 성층권 하단부에서 나타난 일시적 온난화로 인해 붕괴하는 현상이 포착됐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기상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붕괴 강도는 작지만, 이 현상이 미 대륙을 덮은 극한 추위의 발판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기상학자들은 북극 기온이 높아질수록 북극 상공의 극 소용돌이도 약해져, 붕괴하는 현상이 앞으로 더 잦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이번 미국의 극한 한파는 유례없이 길게 이어져 그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며 “성층권 일시 온난화가 이번 한파 요인 중 하나는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