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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도 서천 온답니다'...현장 방문 계획하던 尹과 통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 공동 방문은 애초부터 계획된 일정은 아니었다. 이틀 전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 파동으로 정면충돌했던 두 사람의 예상외 이른 만남에 정치권에선 여러 추측이 제기됐지만,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우연이 겹쳐 이뤄진 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이 현장 방문을 검토한 건 화재가 발생(22일 밤 11시 8분)한 직후였다. 새벽 불길이 잦아들지 않는다는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은 23일 오전 1시 28분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화재를 진압하라”는 긴급지시를 내렸다. 참모들에게 “현장 방문 계획을 마련하라”는 지침도 전달했다. 대통령실과 경호처는 윤 대통령이 이날 오후 3시에 화재 현장을 찾는 일정을 마련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 특화시장을 찾아 윤석열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 특화시장을 찾아 윤석열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그런데 오전 10시쯤 한 위원장도 서천 특화시장을 방문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한 위원장의 일정을 언론에 공지한 건 오전 9시 43분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도 한 위원장의 화재 현장 방문을 이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화재 피해가 심각해 긴급히 마련한 일정이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양측간 일정 조율은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같은 화재 현장을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서로 다른 시간에 찾는 것 자체가 어색한 모습이란 의견들이 제기됐다. 한 위원장 측이 대통령실에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현장에서 기다려 영접하겠다”라는 의사를 전했고, 대통령실도 화답해 윤 대통령의 방문 시간을 오후 1시 30분으로 당겼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도 화재 현장을 찾는다는 보고를 받자 짧게 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 방문 30분 전 화재 현장에서 윤 대통령을 기다렸다. 윤 대통령은 눈바람을 맞으며 자신을 기다린 한 위원장과 악수를 한 뒤 어깨를 툭 두드렸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화재 현장을 함께 둘러보고, 상인들을 만나 위로한 뒤 대통령 전용 열차를 타고 서울로 함께 돌아왔다. 이 역시 윤 대통령이 “날씨도 좋지 않은데 함께 타고 올라가자”고 즉흥적으로 제안해 이뤄졌다. 한 위원장은 서울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님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읍 불이 난 서천특화시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읍 불이 난 서천특화시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이번 만남에 대한 정치적 해석은 경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로지 민생만 바라보자는 점에서 대통령실과 당의 의견이 일치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이들도 있었다. 한 용산 참모는 “총선을 앞두고 최악으로 치닫는 줄 알았다"며 "다행히 갈등이 봉합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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