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거취 문제를 놓고 갈등설이 불거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점검했다.
녹색 민방위복 차림의 한 위원장은 23일 현장에 먼저 도착해 약 15분 동안 시장 어귀에 서서 윤 대통령을 기다렸다. 이날 서천은 영하 6.3도로 눈바람이 매우 거세 서 있기도 어려운 날씨였다.
윤 대통령은 남색 패딩 점퍼를 입었고 도착 직후 당 관계자들과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 한 위원장을 알아본 윤 대통령은 악수한 뒤 어깨를 툭 치며 친근감을 표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허리를 90도 가깝게 깊이 숙여 인사한 뒤 웃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이어 지역 소방본부장으로부터 화재 진압 상황을 보고받았다. 윤 대통령은 직접 몇 가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한 발자국 뒤에 떨어져 보고를 들었다. 이후 서천 시장 입구 앞에 나란히 서서 불에 탄 내부를 둘러봤다.
현장 점검을 마친 당과 정부 관계자는 눈이 많이 내려 혼잡해진 교통 상황을 고려해 모두 대통령 전용열차로 함께 상경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에게 "날씨가 안 좋은데 열차 같이 타고 갑시다"라고 제안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자리 있습니까"라고 묻고는 윤 대통령과 전용열차로 향했다.
20여년 인연의 검사 선후배 사이인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최근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과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 가능성에 따른 '사천'(私薦) 논란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었다. 이 때문에 이들이 함께 이동하며 어떤 대화를 주고받을지 관심이 쏠렸다.
서울에 도착한 한 위원장은 취재진과 만나 '열차에서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라는 질문에 "여러 가지 민생 지원에 관한 얘기를 길게 나눴다"고 답했다.
한 위원장과 김경율 비대위원의 거취에 대해 재차 묻자 "그런 얘기는 서로 없었다. 저희는 민생 지원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양측의 갈등 봉합 여부 관련해선 "저는 대통령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갖고 있다. 그게 변함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지금보다 더 최선을 다해서 4월 10일에 국민의 선택을 받고 이 나라와 국민들이 더 잘 살게 하는 길을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특화시장 지원과 관련해 "특별재난지역선포 가능 여부를 즉시 검토하고 혹시 어려울 경우에도 이에 준해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화재 현장을 방문한 윤 대통령은 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명절을 앞두고 얼마나 상심이 크시냐. 여러분들이 바로 영업하실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하게 지원해 드리겠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동행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행안부와 서천군이 적극 협력해 필요한 것을 즉각 지원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