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과 한동훈 위원장을 초유의 대립 상태로 만든 핵심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리스크다. 지난해 11월 유튜브 ‘서울의 소리’가 김 여사의 디올 백 수수 의혹을 공개한 이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물론 어제 공개 사과한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의 발언이 지나치긴 했다. 그는 최근 유튜브에 출연해 김 여사 관련 얘기를 하면서 프랑스혁명 당시 처형당한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언급했다. 대통령실이 격분할 만한 내용이다.
디올 백 사건이 폭로된 직후부터 민주당에선 극한 표현을 써가며 김 여사에 대한 수사를 주장해 왔다. 그러다 이젠 국민의힘 내부에서까지 김 여사에게 진상을 해명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라는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사태가 여권의 대분열에까지 이른 이유는 김 여사가 목사로부터 명품 백을 받는 동영상을 보고 놀란 국민에게 대통령실이 명확한 설명도 없이 두 달 가까이 시간만 보낸 탓이다. 한 달 전만 해도 한 위원장은 이 사안을 ‘몰카 공작’으로 규정하고 “민주당이 나한테 물어보라고 여러 언론에 시킨다고 그러더라”며 적극적으로 방어했었다. 그러던 그조차 현장 여론들을 접하면서 “국민의 눈높이”를 언급했고, 최근엔 “국민들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 해도 총선 결과에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 달리 방법이 있겠는가.
이 사안이 치밀하게 사전 기획된 비윤리적 함정 취재임은 분명하다. 김 여사 주변에서 “특정 세력의 청부를 받은 선물 공작의 가해자들이 먼저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해당 목사가 김 여사 선친과의 인연을 앞세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라는 대통령실 해명만으론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 이런 자세가 사건을 더욱 키워 온 셈이다. 영상에 나온 이후 가방을 처리한 시점, 방식부터 하나도 명쾌한 설명이 없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김 여사가 직접 전후 사정을 설명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그게 어렵다면 대통령실에서라도 상세히 설명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더 중요한 것은 재발 방지다.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 임명이 시급하다. 다시는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제2부속실이 차단하고 특별감찰관이 사후에도 점검한다는 믿음을 줘야 국민은 안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