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김건희 리스크' 대응 여권 대혼란 진정시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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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대위원과 함께 주먹을 쥐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대위원과 함께 주먹을 쥐고 있다. 뉴스1

대통령실-한동훈 위원장 '김건희 리스크' 대응 갈등

여권 분열 재정비 못하면 회복 불능 사태 맞을 수도

4·10 총선을 채 80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여권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비롯한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 대응을 두고 대혼란에 빠졌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사천 논란도 겹치면서 여권으로선 최악의 악재를 맞은 형국이다.

여권에 따르면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과 한 위원장 등 여당 지도부가 어제 비공개로 만났다. 한 위원장이 최근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해 “국민이 걱정하실 만한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한 이후 여권 내 ‘김건희 리스크’ 대응을 놓고 이상 기류가 흐르자 이를 수습하기 위한 자리였다. 대통령실에선 한 위원장의 최근 공천에 대해서도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이날 회동을 두고 '여권에서 한 위원장 사퇴 요구가 나왔다'는 보도가 나왔고, 한 위원장은 보도 내용을 부인하지 않고 대신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을 하겠다”는 입장을 기자단에 공지했다. 그러면서 사퇴설에 대해선 “(사퇴를 요구한 건) 여권 주류가 아니라 대통령실”이라고 했다. 이에 대통령실도 “비대위원장 거취 문제는 용산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고 대응했다. 그러면서도 “논란이 되는 ‘기대와 신뢰’ 철회와 관련해선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김경율 비대위원 낙하산 공천' 논란으로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게 보냈던 기대와 지지를 철회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사실상 확인하면서 한 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실제 대통령실에선 한 위원장이 최근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 비대위원을 서울 마포을 출마자로 깜짝 소개할 때부터 우려를 표명했다. 기존 당협위원장의 반발을 부르는 등 사천 논란으로 번지자 “전략공천이 필요하다면 특혜 논란을 원천 차단하며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 지역 등을 선정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반면에 국민의힘에선 “김 비대위원이 연일 김 여사를 공격한 게 대통령실의 반발을 불렀다”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김 비대위원이 지난 17일 유튜브에서 “프랑스혁명이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 난잡한 사생활이 하나하나 드러나면서 감성이 폭발된 것”이란 취지로 말한 게 대통령실의 강한 반발을 샀다는 것이다.

총선이 목전이다. 한 위원장의 사천 논란은 경솔했던 측면이 있다. 그러나 ‘김건희 리스크’는 국민의 60% 이상이 의혹을 해소하고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등 돌린 민심을 회복하기 위해 혁신을 내걸고 '한동훈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킨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여권이 속히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해법을 진솔하게 모색하지 않으면 자칫 회복 불능의 사태를 맞을 수도 있음을 각성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