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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만기 회사채 24조 규모…기업 자금조달 빨간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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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사그라지면서 국고채 금리가 연일 상승세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가 역대 최대인 데다, 특히 연초에 많은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다.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29% 포인트 내린 연 3.278%다. 지난해 말 3년물 금리가 연 3.154% 수준이었던 데 비해 상승 폭을 키웠다. 지난 19일에는 4거래일 연속 상승해 3.3%대를 넘기도 했다. 국고채 5년물과 10년물 금리도 이 기간 각각 연 3.156%에서 연 3.318%, 연 3.183%에서 연 3.372%로 올랐다.

이는 이르면 오는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내릴 거란 기대감이 빠르게 후퇴한 영향이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3월 금리 인하 전망은 44.3%까지 내려앉았다. 지난해 말엔 70%가 넘었다.

여기에 채권 시장의 수급 부담이 더해지면서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KB증권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다음 달 회사채(공사채·은행채·일반 회사채·카드채·캐피탈채 포함) 만기 도래 물량은 총 24조4200억원이다. 오는 11월(27조3600억원)과 6월(24조5300억원), 4월(24조5000억원)에 이어 네 번째로 큰 규모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2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가 1월 대비 크게 증가하는 데다 지난해 10월 말까지 채권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발행사 다수가 올해 초로 발행을 미뤄둔 회사채 물량까지 겹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리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투자자들이 회사채 매입에 소극적일 수 있는 만큼 시장에서 쏟아지는 회사채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일반 기업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는 46조5000억원(기업 수 221개)으로 사상 최대다. 신용등급별로는 비우량등급 만기도래 규모(15.8조원, 34%) 비중이 큰 편이다. 특히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이거나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재무건전성 취약 기업의 만기도래 규모는 6조4000억원(전체 만기도래액의 13.7%)으로 이 중 4조원이 상반기에 몰려 있다.

다만 이러한 수급 부담이 전체 시스템 위기로 번질 만큼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이후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솔루션·LG유플러스 등 AA급 회사채에 투자금이 몰리는 등 전반적으로 투자 수요가 양호하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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