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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꺾이는데, 태영‧ELS 리스크까지…은행 올해 찬바람 분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 시내 ATM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ATM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낸 은행이 올해는 경영 악화를 우려할 상황에 놓였다. 고금리 기조가 한풀 꺾이는 데다 상생 금융 비용과 경기 부진 리스크도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22일 금융연구원은 ‘2024년 경제전망’에서 지난해 하반기 3.8%였던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올해 상반기 3.6%, 하반기 3.4%로 떨어진다고 예상했다. 금리 하락기에는 예금과 대출 금리의 차이가 좁혀지면서, 은행의 순이자마진(Net Interest Margin·대출 수익에서 자금 조달 비용을 뺀 금액을 자산 총액으로 나눈 것)이 보통 줄어든다. 금융연구원은 “상반기 말을 전후로 금리 인하 개시가 가시화되면 국내 시장금리도 점차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은행 경영에 '빨간불'이다. 하나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4분기 은행의 순이자마진이 전 분기 대비 평균 0.04%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내에서 억제하겠다고 밝힌 만큼, 신규 대출 증가율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 요청으로 시작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상생 금융도 은행에 부담이다. 최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지난해 4대 금융그룹(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연간 당기순이익 전망치를 16조5510억원→15조9594억원으로 수정했다. 2조원 규모 상생 금융 부담액 상당 부분이 지난해 4분기에 비용으로 잡혔기 때문이다. 올해도 남은 비용 청구서가 돌아오면 은행 이익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여기에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관련 조사 결과 따라 일부 손실을 추가 부담할 수도 있다.

경기 부진 리스크가 커지는 점도 은행 경영 전망을 어둡게 한다. 경기 부진에 대출이 부실화하면 은행들은 충당금 등 손실 흡수 능력을 늘려야 한다. 실제 태영건설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으로 발생한 은행권 추가 충당금은 약 3100억원선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반으로 확대하면 충당금 규모는 더 커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출 관련해 정부 지원이 끊기면서,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다시 악화하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당국도 경기 부진 전망에 은행권 손실 흡수 능력 강화를 위해 고삐 더 죄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들에 대손충당금 산정 위한 부도율(PD)과 부도 시 손실률(LGD)을 더 높이라는 경영 유의 조치 보냈다. 또 금융위원회는 올해부터 경기대응완충자본‧스트레스완충자본‧특별대손준비금 3종 세트를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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