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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 벗기고, 각목으로 때리고…천안 사립대 '공포의 얼차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충남 천안의 한 사립대에서 선배들이 기강을 잡겠다며 후배들을 폭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022년 충남의 한 사립대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얼차려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022년 충남의 한 사립대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얼차려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충남경찰청은 천안지역 A대학 스포츠 전공 학생 6명을 폭행과 특수폭행·강요·강제추행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올해 4학년이 되는 B씨 등은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1학년 후배 9명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얼차려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폭행에 가담한 선배 가운데는 후배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목이 부러질 때까지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10시간 넘게 벽 보고 세워두기…일부 학생 정신과 치료

조사 결과 B씨는 지난해 후배 2명이 대회에서 실수했다며 10시간이 넘게 벽을 보고 세워두고 1시간 동안 엎드려뻗쳐를 시켰다고 한다. 또 다른 선배 C씨는 폭행을 견디다 못해 한 후배가 도망가자 “왜 데려오지 못했느냐”며 다른 후배 2명을 각목이 부러질 때까지 폭행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C씨와 또 다른 선배 D씨는 다른 학생이 보는 앞에서 특정 후배 속옷을 벗기고 음식을 강제로 먹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또 상습적으로 욕을 하고 모욕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학생들은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겪은 상황을 그대로 증언했다고 한다. 피해를 본 학생 가운데 일부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일부는 학업을 그만둘 것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경찰청은 천안의 한 사립대에서 선배들이 후배들을 폭행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사진 충남경찰청]

충남경찰청은 천안의 한 사립대에서 선배들이 후배들을 폭행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사진 충남경찰청]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와 가해자 진술 사이에 엇갈리는 부분이 있지만, 폭행과 폭언 등은 대부분 인정한 상황”이라며 “피해자와 피의자 조사를 모두 마친 상태이며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한 뒤 송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피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대학 측에 가해자와 분리하고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피해 학생들은 “스포츠 관련 학과라 2차 피해가 우려된다”고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대학 학생 준수 규정에 따르면 ‘다른 학생에게 협박 또는 폭행한 경우’에는 징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학 측에서 가해 학생들에게 입대를 권유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대학 측 "사태 파악 중, 조사 뒤 징계 여부" 

이와 관련, A대학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번 사건을) 전혀 알지 못했고 뉴스(신문)를 보고 사태를 파악하고 있다”며 “경찰 조사와 별도로 관련자를 불러 조사한 뒤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해 충청권의 한 대학에서 선배들이 가혹 행위와 갑질을 하고 있다는 내부 고발이 나와 대학 측이 조사했다. 당시 해당 대학 커뮤니티에는 ‘계속되는 괴롭힘에 휴학을 한 친구가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2022년에는 충남의 한 사립대에서 신입생들이 군대식 얼차려를 받는 영상이 올라와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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