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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지면 뭔 소용" 이재명의 변심? 또 '꼼수 위성정당' 수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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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소수 정당의 의석수 확보라는 취지로 마련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허점을 공략한 ‘꼼수 위성정당’ 사태가 또 재현될 조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로 가닥을 잡아가는 가운데 국민의힘도 “민주당이 잘못된 제도(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면 플랜B(위성정당 창당)가 필요하다”(19일 한동훈 비대위원장)고 공개적으로 밝혀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1월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인가”라고 말할 때만 해도 기존 ‘병립형 비례제’로의 회귀에 무게가 실리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이 대표는 “정해진 것은 없지만 가능한 한 명분과 실리의 균형점을 찾을 것”(1월 18일)이라며 사실상 입장 선회를 알렸다. 당내에선 “선거제 협상 결렬에 대비해 위성정당 혹은 비례연합정당 구성을 각오해야 한다”(민주당 중진의원)는 주장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당초 민주당이 병립형 회귀를 우선시한 것은 의석수 확보에 유리해서다. 지역구 의석을 고려하지 않은 채 비례대표 의석수(47석)만을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병립형은 거대 양당에 절대적으로 더 유리하다. 4년 전 '꼼수 위성정당'으로 제도의 취지가 완벽히 왜곡됐지만, 연동형 비례제는 군소 정당의 원내 입성이 더 수월한 제도다. 특히 제3지대 정당이 봇물 터지듯 생겨나는 정치 지형도 이 대표로선 병립형 회귀를 부추기는 요소였다.

다만 ‘준연동형 유지, 위성 정당 금지’를 표방했던 이 대표의 공약을 뒤집는 건 부담 요소였다. 여기에 친명계의 독주를 반대하면서 좌파·진보 진영의 통합을 원하는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 등 원로 그룹은 “병립형 회귀 반대”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낙연 신당이 출현하는 등 당내 원심력이 커지는 상황도 이 대표로선 무조건 병립형을 고집할 수 없게 만들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개혁연합신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개혁연합신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런 가운데 ‘비례연합정당’ 대안이 떠올랐다. 15일 기본소득당·열린민주당·사회민주당 등 야권 군소 정당은 민주당에 “비례연합정당을 공동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원내진입이 중요한 소수정당과 최소한의 비례대표 의석이 필요한 민주당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방식인 것이다.

비례연합정당이 구성되면 민주당과 야권 군소 정당은 한 지붕 아래서 비례 후보를 낸다. 구체적으론 비례 후보 앞 순번에 군소 정당 후보, 뒷 순번엔 민주당 후보를 내는 방안까지 거론된다. 준연동형을 통과시켜 놓고는, 위성정당을 창당해 제도를 스스로 무력화시켰다는 비난도 일정부분 희석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비례연합정당도 4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이 연합해 구성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당때부터 꼼수 논란에 휩싸인 더불어시민당은 총선 한달 뒤 민주당과 합당해 소멸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비례연합정당도 무늬만 다르지 민주당이 주도권을 쥔 비례정당, 제2의 위성정당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며 “민주당 입맛에 맞춘 군소정당 위주로 구성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리셋코리아행동 준비세미나 3차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리셋코리아행동 준비세미나 3차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비례연합정당 구성 과정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주도하는 신당과의 연합설도 제기된다. 15일 비례연합정당 추진을 제안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함께할 세력으로 “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조국”이라고 언급했다. 조 전 장관이 주도하는 싱크탱크인 ‘리셋 코리아 행동’은 18일 세미나에 용 의원을 토론자로 초청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조국 신당 등과는 선을 긋고 정의당·진보당·녹색당 및 합리적인 시민 사회와 수평적으로 손잡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민주당 관계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교통정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25일 의원총회에서 선거제 의견을 최종적으로 논의한다. 2월 1일 본회의에서 선거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설 연휴 이후로 밀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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