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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80일 앞두고, 용산·한동훈 정면충돌…여권 "이러다 공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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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포함한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 대응과 총선 공천 등을 두고 여권이 대혼란에 빠졌다. 용산 대통령실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에 따르면 21일 오전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과 한 위원장 등 여당 지도부가 비공개 회동을 했다. 한 위원장이 최근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 “국민 눈높이”라고 말하면서 여권 내 난기류가 형성되자 이를 수습하기 위한 자리였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의 최근 공천에 대해서도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이날 회동을 두고 ‘여권에서 한 위원장 사퇴 요구가 나왔다’는 보도가 오후 늦게 나왔다. 이에 한 위원장은 보도 내용을 부인하지 않고, 대신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는 입장을 기자단에 공지했다. 그러면서 사퇴설에 대해선 “(사퇴를 요구한 건) 여권 주류가 아니라 대통령실”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의 입장이 나오자 대통령실도 즉각 “비대위원장 거취 문제는 용산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고 대응했다. 다만 “이른바 논란이 되는 (한 위원장에 대한) ‘기대와 신뢰’ 철회와 관련해선 이 문제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한동훈, ‘김건희·김경율’ 두고 정면 충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9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공공부문 초거대 AI 활용 추진 현장 간담회에서 스크린에 서명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9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공공부문 초거대 AI 활용 추진 현장 간담회에서 스크린에 서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이날 한 언론은 ‘김경율 비대위원의 낙하산 공천 논란으로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게 보냈던 기대와 지지를 철회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한 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실제 대통령실에선 한 위원장이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대위원을 서울 마포을 출마자로 깜짝 소개할 때부터 우려를 표명했다. 기존 당협위원장인 김성동 전 의원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부르는 등 한 위원장의 ‘자객 공천’이 사천(私薦) 논란으로 번지자 “당에서 전략공천이 필요하다면 특혜 논란을 원천 차단하며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 지역 등을 선정해야 할 것”(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이라고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반면에 국민의힘에선 “김경율 비대위원이 연일 김 여사를 공격한 게 대통령실의 반발을 불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김 비대위원이 지난 17일 유튜브에 출연해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사과를 요구하며 “프랑스혁명이 왜 일어났을까.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 난잡한 사생활이 하나하나 드러나면서 감성이 폭발된 것”이라고 말한 게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강한 반발을 샀다는 것이다.

이처럼 여권은 최근 김 여사 논란을 두고 분열하는 모양새다.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한 위원장 측이 “사과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는 반면, 친윤계는 “사과해선 안 된다”며 한 위원장을 직·간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당내에서 대표적 친윤계로 분류되는 이용 의원은 21일 국민의힘 의원 단체 채팅방에 ‘윤 대통령의 한 위원장 지지 철회’ 취지의 언론 보도를 공유했다. 전날에도 이 의원은 ‘김 여사 명품 수수 논란과 관련해 사과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도 지난 2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김 여사는 사기 몰카 취재에 당한 피해자고,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이용당한 파렴치한 범죄 피해자”라며 “왜 피해자에게 사과하라고 하느냐. 사과는 가해자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윤계가 한 위원장을 향해 각을 세운 건 김 여사 논란에 대한 태도가 미묘하게 바뀐 뒤부터다. 한 위원장은 취임 전엔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정치공작”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지난 18일 오후 “기본적으론 함정 몰카이고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라면서도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와 동시에 한 위원장의 이른바 ‘자객 공천’에 대한 불만도 국민의힘에서 커지고 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에 김경율 비대위원을 내세운다고 공표했다. 수도권 의원은 “현역 의원 반발을 한 위원장이 부추긴 꼴”이라고 말했다. 총선을 80일가량 남겨두고 터져나온 혼란상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이 갈등을 봉합하지 않고 문제를 더 키우면 여권이 모두 공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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