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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석액 섞던 간호사, 아기 낳았더니 뇌질환…태아산재법 첫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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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자료사진. 사진 pixabay

아기 자료사진. 사진 pixabay

임신 중 유해환경에 노출된 간호사의 아이에게 발생한 선천성 질환이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지난해 '태아산재법'이 시행된 이후 첫 사례다.

21일 근로복지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간호사 A씨가 자녀의 선천성 뇌 기형 질환 관련해 산재 신청을 한 데 대해 공단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공단의 의뢰를 받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역학조사를 통해 "근로자 자녀의 상병이 업무 관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상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태아 장애를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태아산재보상법)이 지난해 시행된 이후, 공단이 태아 산재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2020년 대법원 판결로 산재 인정을 받은 간호사 4명의 사례를 포함하면 총 다섯 번째 공식 태아 산재 사례다.

A씨 사례에 대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3년 둘째를 임신했다. 이후 약 6개월간 한 병원의 인공신장실에서 근무하며 투석액을 혼합하는 업무를 맡았다.

병원 예산 문제로 기성품 투석액을 쓰지 않고 직접 혼합하는 시스템으로 바꾸면서 A씨가 이 일을 전담하게 됐다. 그는 투석액을 혼합할 때마다 초산 냄새가 너무 심해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했다.

병원 폐업 때까지 해당 일을 하고 3개월 후에 낳은 둘째는 대학병원에서 무뇌이랑증 진단을 받았다. 무뇌이랑증은 뇌 표면의 이랑인 '뇌회'에 결손이 있는 선천성 기형이다.

A씨의 아이는 2015년 뇌 병변 1급 장애진단을 받았고, 2년 뒤 사지 마비 진단을 받았다.

역학조사평가위원회는 "초산을 공기 중으로 흡입해 급성 폐 손상 또는 화학성 폐렴이 발생해 저산소증이 발생한 환자가 응급실에 입원한 사례들을 보았을 때, 근로자는 임신 중 반복적으로 폐 손상 및 저산소증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저산소증은 뇌와 관련된 기형을 유발하는 잘 알려진 요인"이라며 "근로자는 임신 1분기에 해당 업무를 수행했는데 1분기는 특히 뇌의 기형 발생에 취약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한편 마찬가지로 태아 산재를 신청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근로자 3명 자녀들 사례에 대해 역학조사평가위원회는 "근로자 자녀의 상병이 업무 관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같은 결과를 토대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최종 산재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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