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합당을 전제로 한 총선 앞 ‘빅텐트 구상’을 키워온 제3지대 논의가 삐걱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빠져나온 개혁신당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초대 대표로 선출했다. 이 대표는 연설에서 “개혁은 바뀌지 않으려는 관성과의 다툼”이라며 “이번 총선에서 개혁신당을 사회개혁의 길로 이끌어 보고자 한다. 총선을 승리로 이끌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희망과 함께, 새로운선택과 함께, 미래대연합과 함께, 새로운미래와 함께”라고 제3지대의 각 세력을 차례로 호명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운데)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창당대회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자리에 앉아 있다. 뉴스1
이날 창당대회에 총출동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 김종민·조응천·정태근 미래대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등 제3지대 인사들은 이른바 ‘빅텐트 구상’으로 화답했다.
“단일대오로 총선을 맞이한다면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김종인), “기왕이면 하나가 돼 국민 명령에 따르겠다고 약속한다”(조응천)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금태섭)“시대적인 과제를 위해 우리 모두 협력하기를 바란다”(이낙연) 등이었다. '단일대오'나 '하나가 돼' 등은 합당을 전제로한 통합적 협력을 염두에 둔 표현들이다.
그러나 창당대회 직후 기자들 앞에 선 이준석 대표 입에선 결이 다른 주장이 나왔다. 그는 “(합당을 전제로한 빅텐트 구상은) 골든타임이 이미 지났다고 본다”며 “정당이 창당한 다음 날 합당하자고 하는 것도 구성원에게 코미디가 아니겠나”라고 했다. 대신 ▶각 당이 지역구를 분배해 후보를 내는 방안 ▶지역구는 단일기호로 출마하고 비례대표는 당별로 선정하는 방안 ▶완전한 합당 등 3가지 연대방식을 제시하며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보도전문채널과의 인터뷰에서도 “‘통합 앵무새’가 돼서는 안 된다. 아무리 방송 나와서 빅텐트가 어떻다 해도 국민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미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위원장을 향해선 “저라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역구인) 계양(을)에 간다”라고 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위원장이 21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합당을 전제로 관련 논의를 해왔던 제3지대 세력에선 당황스러워 하는 기색이 읽힌다. 21일 전북에 간 이낙연 위원장은 빅텐트 구상에 대해 “이번주가 큰 분수령이 될 걸로 보인다”고 했다. 그가 이끄는 새로운미래 내부에서도 합당 불발을 전제로 “제3지대 간 오픈프라이머리(국민참여경선)로 지역구 후보를 결정하도록 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래대연합도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미래대연합 대변인인 박원석 전 의원은 이날 이 대표를 겨냥해 “제3지대의 단일대오를 만들기 위한 논의에 평론이나 훈수가 필요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3지대의 골든타임은 누가 정하나? 이 대표의 시계만 있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우리는 각자의 시계를 보면서 시간표를 함께 조정하겠다는 사람들하고만 갈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원칙과상식' 의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미래대연합(가칭)' 창당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조응천 의원, 정태근 전 한나라당 의원,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이원욱 의원, 김종민 의원. 뉴스1
◇이재명·이해찬 비공개 회동 = 한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1일 이해찬 전 대표와 비공개 오찬을 가진 뒤 기자들을 만나 “갈등 없이 통합을 유지하고 공정한 시스템에 따라 엄정하고 공평하게 공천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도 “올 4월 총선에서 아주 크게 이겨서, 꽃을 피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아무쪼록 미력이나마 이번 선거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대로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당내 일각에선 이 대표가 ‘비(非)이재명계 공천 학살’ 우려를 잠재우려는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회동이 모경종 전 당대표실 차장(인천 서을), 김지호 당대표 비서실 정무조정부실장(경기 분당갑) 등 이 대표 측근 참모들이 잇달아 총선 출마를 공식화한 와중에 이뤄져서다. 강선우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지난 21대 총선에서 이해찬 전 대표가 공정한 공천 관리로 민주당의 통합을 이끌어낸 바 있다”며 “민주당은 이미 시스템 공천을 해왔고, 당헌ㆍ당규, 특별당규에 따른 시스템 공천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