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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도 안 멈췄다…우회전 일시정지 1년, 사망자 늘어난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회전 일시 정지' 의무화 시행 1년을 앞두고 19일 서울 신방화역사거리에서 경찰이 우회전 차량 일시정지 위반 단속 및 계도를 하는 모습을 취재진이 보고있다. 장서윤 기자

'우회전 일시 정지' 의무화 시행 1년을 앞두고 19일 서울 신방화역사거리에서 경찰이 우회전 차량 일시정지 위반 단속 및 계도를 하는 모습을 취재진이 보고있다. 장서윤 기자

“멈추세요!”

19일 오후 2시 15분쯤 서울 강서구 신방화역사거리에서 경찰이 흰색 경차를 멈춰 세웠다. 달리던 방향 앞쪽에 위치한 차량 신호등에 빨간 불이 들어왔는데도 서지 않고 그대로 우회전했기 때문이다. 운전자는 “천천히 가면서 좌우를 살폈다”고 변명했지만, 경찰은 “전방 차량 신호가 빨간색일 때는 서행이 아니라 속도 계기판에 ‘0’이 표시될 때까지 완전히 멈춰야 한다”며 “도로교통법 제27조를 위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경찰이 약 1시간동안 단속한 결과 위반 사례는 10건에 달했다.

‘우회전 일시 정지 의무화’ 도로교통법(시행규칙) 개정안이 오는 22일 시행 1주년을 맞는다. 교차로에 우회전 신호등을 도입하고,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은 곳에선 전방 차량 신호가 적색일 때 반드시 일시정지한 뒤 우회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시행 전후 우회전 관련 교통사고 건수는 크게 줄지 않고, 사망자 수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우회전 관련 교통사고건수는 1만 7061건으로 전년보다 약 5%(957건) 감소했다. 사망자 수는 2022년 104명에서 지난해 119명으로 약 14% 증가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차종별로 분석해보니, 승용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이 크게 늘었다. 2022년 29명이었던 사망자 수는 지난해 49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사망자 수 중 승용차 사고의 비율은 41%로, 전년 대비 14%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 운전자 등 승용차를 모는 시민에게 더 깊은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회전시 사각지대가 넓어 사고가 잦은 화물·특수차 등 대형 차량의 사고 건수도 1년 사이 약 10% 줄었지만, 사망자 수는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건수는 2022년엔 2229건, 지난해엔 2003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사망자는 각각 26명이었다. 이륜차 관련 사고·사망 건수는 지난해 각각 828건, 5명으로 전년보다 소폭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서울 시내의 우회전 교통사고만 따졌을 땐, 지난해 전체 사망 건수 중 버스나 화물트럭 같은 대형 차량의 사고 비율이 71.4%로 가장 높았다. 1년 만에 7.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5월 10일 경기도 수원 권선구의 한 스쿨존에서도 우회전 정지 신호를 위반한 시내버스가 지나가던 초등학생 조은결(8)군을 치어 숨지게 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전국 버스 포함 승합·화물·특수차 등 대형 차량 관련 사망자는 45명으로 전체 사망자(119명) 중 37.8%를 차지했다.

'우회전 일시 정지' 시행 1주년을 사흘 앞둔 19일 서울 강서구의 한 사거리에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장서윤 기자

'우회전 일시 정지' 시행 1주년을 사흘 앞둔 19일 서울 강서구의 한 사거리에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장서윤 기자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운전자 중 상당수가 우회전 일시 정지 의무를 잘 인지하고 있지만, 준수율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인 것 같다”며 “지난해에는 계도 위주의 활동을 펼쳤다면 올해부터는 교육·홍보를 이어가는 한편, 현장 및 캠코더를 활용한 단속 활동에 무게를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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