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만난 삼성·애플, 새해부터 ‘늬집 털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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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스마트폰 전쟁에 불이 붙었다. 17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갤럭시 언팩 2024’ 행사를 열고 새로운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를 공개했다. 삼성은 애플 본사가 위치한 쿠퍼티노에서 차량으로 불과 15분 거리 떨어진 곳에서 ‘세계 최초 인공지능(AI) 폰’을 표방하며 대대적 홍보에 나섰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산호세 SAP센터에서 개최된 '갤럭시 언팩 2024'에서 글로벌 미디어와 파트너들이 제품 체험존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17일(현지시간) 미국 산호세 SAP센터에서 개최된 '갤럭시 언팩 2024'에서 글로벌 미디어와 파트너들이 제품 체험존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같은 날 애플 역시 한국에서 국내 7번째이자 아시아·태평양 지역 100번째 애플스토어인 ‘애플 홍대’를 공개하며 맞불을 놓았다. 매장 내부에는 애플이 홍대 지역의 아티스트와 협업해 제작한 한글 로고 디자인과 함께 주 고객층인 대학생을 겨냥한 행사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패트릭 슈루프 애플 리테일 아시아 총괄 디렉터는 이날 “홍대라는 지역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홍대 출신 직원까지 채용했다”면서 “학생 고객을 위한 신학기 할인 행사도 실시할 것”이라 말했다. ‘청룡의 해’ 갑진년을 기념해 용이 그려진 디자인의 무선 이어폰 에어팟 프로 ‘설맞이 스페셜 에디션’을 국내에서 최초 출시하는 등 애플은 이례적으로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이제 서울(6개)은 애플 충성도가 높은 일본 도쿄(5개)보다 애플스토어 매장이 더 많은 도시가 됐다.

애플도, 삼성도 더 물러날 곳이 없다

애플의 국내 7번째이자 아시아·태평양 지역 100번째 애플스토어인 ‘애플 홍대’. 오는 20일 정식 오픈한다. 이희권 기자

애플의 국내 7번째이자 아시아·태평양 지역 100번째 애플스토어인 ‘애플 홍대’. 오는 20일 정식 오픈한다. 이희권 기자

공교롭게도 양사 모두 최근 상황이 녹록치 않다. 애플은 AI 기술 주도권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내주면서 최근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줬다. 앱스토어의 반독점 이슈는 갈수록 애플을 위기에 내몰고 있는 양상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미국 법무부가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이 아이폰의 문자서비스(아이메시지)를 아이폰끼리만 주고받을 수 있게 제한하는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폐쇄적으로 운영해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방해했다는 이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애플은 미국에서 최신 애플워치를 판매할 수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앞서 지난해 말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해외에서 생산된 애플워치 시리즈9과 울트라2가 타 회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수입금지’ 명령을 내리자, 애플이 이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마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최근 중국에선 아이폰 할인 판매에 나서는 ‘굴욕’도 겪었다.

삼성전자도 위태롭긴 마찬가지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IDC는 애플의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2억3460만대로, 삼성전자(2억2660만대)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출하량 1위를 뺏긴 건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이날 미국 현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한다”면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 “손잡고 다 같이 AI”

17일(현지시간) 미국 산호세 SAP 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 시리즈 언팩 행사에서 노태문(왼쪽)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과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수석 부사장이 나란히 무대에 선 모습. 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미국 산호세 SAP 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 시리즈 언팩 행사에서 노태문(왼쪽)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과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수석 부사장이 나란히 무대에 선 모습. 연합뉴스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업계 1·2위가 상대의 안방에서 대규모 행사를 여는 등 경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갤럭시S24를 시작으로, 이 전장이 AI폰으로 옮겨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눈에 띄는 기술변화가 수년째 정체된 상황에서 생성형 AI는 소비자의 관심과 기기 교체 수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회”라고 전망했다.

삼성은 구글·MS·메타 등 오랜 기간 몸담아왔던 ‘반(反) 애플 전선’을 더 공고히 해 AI 시대 반격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신형 갤럭시S24부터 내세운 개념인 ‘갤럭시 AI’에는 삼성이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삼성 가우스’는 물론 구글의 제미나이 등 여러 파트너사의 AI 모델이 포함된다.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당장은 삼성이 구글과 협력하지만 최적의 AI 서비스를 위해서라면 MS나 메타와도 협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이 앞으로 자체 AI 기술을 얼마나 독자적으로 구축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애플보다 먼저 AI폰을 내놓기 위해 구글의 힘을 빌렸지만 결국엔 삼성 역시 장기적으로는 자체 개발한 AI 모델을 늘릴 것”이라면서 “구글 안드로이드에 의존했던 길을 또 다시 반복한다면 전망이 어둡다”고 말했다.

애플 “나홀로 AI로 판 뒤집는다”

패트릭 슈루프 애플 리테일 아시아 총괄 디렉터가 18일 서울 마포구 ‘애플 홍대’에서 열린 미디어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희권 기자

패트릭 슈루프 애플 리테일 아시아 총괄 디렉터가 18일 서울 마포구 ‘애플 홍대’에서 열린 미디어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희권 기자

반면 애플은 완전히 독자적인 AI 개발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11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가 “생성 AI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처음으로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진 않았다.

애플이 독자적으로 생성 AI를 개발 중이라는 정황은 지난해 말부터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애플 연구진들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애플은 제한된 메모리 환경에서 챗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을 구동하는 기술에 대한 가능성을 찾고 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기기에서 AI 모델을 구현할 방법을 찾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완의 AI를 애플 기기에 서둘러 구현하기보다는 확장현실(XR) 헤드셋 비전 프로 등 애플이 미래 컴퓨팅으로 주목하는 ‘공간 컴퓨팅’ 기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비전프로는 19일부터 미국에서 사전 판매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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