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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노동시장 냉각"에 긴축 완화 기대감…문제는 강한 소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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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그간 뜨거웠던 노동시장의 냉각 조짐이 미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물가 둔화에 청신호인 만큼 긴축 완화 기대를 키우는 요소지만, 여전히 강한 소비가 발목을 잡고 있다.

Fed는 17일(현지시간) 발표한 경기 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서 “구직 대기자 증가, 이직률 감소, 기업의 선별적 채용 확대, 임금상승 압력 완화 등 노동시장의 냉각을 시사하는 신호가 거의 모든 지역에서 1개 또는 복수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많은 지역의 기업들이 내년에도 임금상승 압력이 둔화하고 임금상승률이 둔화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전했다. 베이지북은 12개 연방준비은행이 최근 지역의 경기 상황을 분석한 결과다. 2주 뒤인 30~31일 열리는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결정의 기초 자료로 쓰인다.

미 전역에서 제조업 활동이 감소하는 등 경기 하강 신호도 감지됐다. Fed는 “고금리가 자동차 판매, 부동산 거래를 방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금리 하락 전망이 낙관론의 근거로 꼽히지만 상업용 부동산ㆍ총수요 약화ㆍ 미 대선 등이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전체 경제활동은 12개 관할 지역에서 거의 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연말 쇼핑 대목을 맞아 뉴욕을 포함한 3개 지역에서는 의료ㆍ장난감ㆍ스포츠용품 등을 중심으로 시장의 기대보다 소비가 더 늘었다. 계절적 수요에 따른 항공 화물도 증가했다.

예상보다 강한 소비 등에 3월 조기 금리 인하 기대는 낮아진 상황이다. 이날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증가해 월가 전망치(0.4%)를 웃돌았다. 모건스탠리의 크리스 라킨 전무이사는 “Fed는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계속 강조해왔다”며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강했던 만큼,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정책 기조를 바꿀 필요가 없다”고 평가했다. 전날 Fed 내 대표적 매파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도 “이번 사이클에서는 빨리 금리를 내릴 이유가 없다”며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3월에 Fed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59.5%정도로 보고 있다. 지난해 연말 90%를 넘겼던 것과 대조적이다.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지난달 중순 이후 최고치인 4.12%까지 상승했다.

일각에선 경기침체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금리 인하가 조만간 이뤄질 거란 견해를 굽히지 않고 있다.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앤 월시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정확히 주류 의견은 아니지만 앞으로 경제가 상당히 약세(softness)로 갈 것”이라며 “금리 인하가 좀 더 일찍(sooner rather than later)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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