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소가 테슬라 무덤됐다"... 美 영하 30도 절망의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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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현지시간) 미시간 주 앤아버에서 테슬라 운전자가 차량을 충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미시간 주 앤아버에서 테슬라 운전자가 차량을 충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중북부 지역에 한파가 덮쳐 체감온도가 영하 30도 까지 떨어진 시카고 등 일부 지역에서 전기차 테슬라가 충전시설 ‘슈퍼차저’에서 충전을 할 수 없어 방전·견인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전날 시카고 일대의 체감기온은 영하 34도까지 내려갔다.

17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 지역 슈퍼차저에 자동차를 연결해도 차량 충전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슈퍼차저 근처는 자동차 무덤으로 변했다고 NYT는 전했다.

한 테슬라 운전자는 전날 아침 자신의 테슬라 차량이 얼어붙어 차 문조차 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차체에 내장된 트렁크 손잡이를 어렵게 눌러 트렁크를 열고 차에 탄 뒤 테슬라 슈퍼차저 충전소까지 5마일(8㎞)을 이동했지만, 이미 12개의 충전기가 모두 사용 중인 상태여서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는 “올겨울을 견뎌보고 테슬라를 계속 소유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테슬라 운전자 조셜린 리베라도 테슬라 충전소 여러 곳의 대기 줄이 모두 길게 이어진 것을 목격한 뒤 테슬라 구매를 후회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 줄에서 기다리는 동안 차의 주행거리가 50마일(80㎞)밖에 안 남았다면 결국 충전을 못 하게 될 것”이라며 대기 줄에서 기다리다가 방전된 차량을 여럿 봤다고 전했다.

또 다른 테슬라 소유자는 시카고의 지역 방송 WLS에 “최소 10대의 테슬라 차량이 배터리가 방전돼 견인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영하의 극도로 낮은 온도에서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의 화학 반응이 느려져 충전을 어렵게 만든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UC어바인)의 기계공학 교수 잭 브로워는 “배터리로 구동되는 전기차를 매우 추운 환경에서 작동시키기는 결국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추우면 배터리를 빨리 충전할 수 없는데, 물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관련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NYT는 평균 기온이 낮지만, 전기차 보급률이 높은 북유럽 노르웨이 등의 사례를 들어 미국의 충전 인프라 미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르웨이는 전체 차량 4대 중 1대꼴로 전기차인데, 최근 몇 년간 전국적으로 충전기 설치를 늘리면서 겨울에 충전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를 완화했다고 노르웨이 전기차협회 고문인 라스고드볼트는 말했다.

또 노르웨이에서는 전기차 소유자의 거의 90%가 주택에 개인 충전시설을 구비하고 있다고 고드볼트는 전했다.

아울러 유럽의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추위에서도 배터리가 더 효율적으로 작동되게 하는 기능을 개발해 왔다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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