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값 쌀 때 사두자?…현대차도 BYD도 "새 광산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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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칠레 안토파가스타 지역의 아타카마 염전의 리튬 광산. 로이터=연합뉴스

칠레 안토파가스타 지역의 아타카마 염전의 리튬 광산. 로이터=연합뉴스

2차전지와 원재료 리튬 가격이 하락세인 가운데 완성차 업계의 ‘새 광산 찾기’가 이어지고 있다. 소재·부품 업체를 ‘패싱’하고, 광물업체와 직거래 루트를 뚫는 것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중국 리튬 공급사 성신리튬에너지와 2027년까지 수산화리튬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BYD)도 광산개발업체인 시그마리튬과 회사 인수를 비롯해 공급·합작투자 계약 등을 논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완성차 업체의 소재·부품업체 ‘패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2년 리튬 가격 상승기부터 완성차 업체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리튬 가격이 2022년 1월 316.45위안/㎏(약 5만8500원)에서 11월 571.45위안/㎏(약 10만5700원)으로 2배가량 급등했던 그 시기다.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지난해 5월부터 아예 미국 텍사스주에 리튬 정제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6억5000만 달러(약 8500억원)를 들여 캐나다 광산업체 리튬아메리카스의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전기차 수요 부진과 배터리 재고물량으로 리튬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이달 리튬 평균가는 86.50위안/㎏(약 1만6000원)으로, 최고점(2022년 11월)대비 15%에 불과하다. 기업들의 리튬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졌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완성체 업체들의 리튬 광산 찾기는 이어지고 있다. 무슨 이유일까.

리튬 광산 사는 완성차, 왜
먼저 완성차 업체들의 핵심부품 내재화가 가속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우명호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명예교수는 “완성차 회사들이 차량 엔진을 직접 만드는 것처럼, 전기차의 주요 부품을 내재화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테슬라·BYD 등 전기차 제조사들이 배터리 셀 원자재부터 내부 공정으로 가져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에서 배터리 가격은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커지는 데 대비해 배터리 핵심 소재를 안정적 확보하려는 계산도 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완성차업계에 당장 셀 제조 기술이 없더라도 리튬 같은 원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면 상당한 이점이 있다”며 “BYD가 셀을 직접 만드는 덕분에 전기차 공급가를 조정해 가격 경쟁에 나설 수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가령, 테슬라가 공급가를 5% 낮춰도 배터리 원가를 직접 제어할 수 있는 BYD는 경쟁사보다 더 큰 폭으로 공급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리튬은 채굴부터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6~19년으로, 배터리 원자재 중 가장 길다. 따라서 완성체 업체들이 요즘처럼 리튬이 저렴할 때 공급망을 확보해두면 향후 리튬 가격 상승 국면에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권용주 교수는 “자체 공급망이라는 ‘플랜B’가 있으면 배터리 제조사의 가격 정책에 (완성차가) 끌려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짚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440억 달러(약 58조6200억원)로 예년(2022년 대비 지난해 22.6%)에 못 미치는 15.8%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이어지며 예년처럼 가파른 성장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완성차 업계의 ‘새 광산 찾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핵심 광물 등의 공급망에서 ‘탈중국’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현대차 등 미국에 전기차 생산기지를 둔 완성차 업체로선 중국 이외의 리튬 공급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리튬의 글로벌 생산 비중은 호주→칠레→중국 순으로 많은데, 중국이 전 세계 가공·정제 공정 점유율의 과반을 차지한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가가 위안화로 표시될 정도다.

전문가들은 리튬뿐 아니라 다른 광물로도 완성차 업계의 ‘직거래’가 확산할 것으로 봤다. 선우명호 교수는 “배터리는 전기차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라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성능을 높일 수 있는 2차전지 원료 찾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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