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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스토어 외부결제 허용…애플 철옹성 금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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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앱스토어’ 왕국이 흔들린다. 애플이 게임 업체 에픽게임즈가 제기한 반(反)독점 소송 결과에 따라 미국에서 앱스토어 외부 결제를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유럽에서는 조만간 앱스토어 밖에서 앱 다운로드도 가능해진다. 폐쇄적 생태계를 기반으로 모바일 시대를 장악해 온 애플의 패권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16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미국 대법원은 에픽게임즈가 “애플 앱스토어의 외부 결제 금지 정책은 반독점법 위반”이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양측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1, 2심은 애플의 반독점법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외부 결제 금지는 경쟁 제한 행위라 보고 개선하도록 했다. 대법원이 이날 양측 상고를 모두 기각함에 따라 판결은 확정됐다. 이날 애플은 앱 개발자가 외부 결제를 연결할 수 있도록 앱스토어 가이드라인을 바꿨다.

이 소송은 2020년 8월 에픽게임즈가 자사 게임인 ‘포트나이트’에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애플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면 결제액 중 30%를 수수료로 내야했는데 이를 우회할 수단을 만든 것이다. 애플은 포트나이트를 앱스토어에서 퇴출시켰고 에픽게임즈는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에픽게임즈는 같은 이유로 구글을 상대로도 소송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앱마켓 시장 90% 이상을 점유한 애플·구글과의 법정다툼은 세기의 소송이라 불렸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애플로선 앱스토어 수익모델이 흔들리게 됐다.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에 따르면 앱스토어 내 이용자 지출액은 올해 1820억 달러(약 244조원), 2025년에는 2070억 달러(약 27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대법원 판결 이후 애플 주가는 1.2%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부 결제가 허용되면 애플이 받던 ‘30%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이번 소송 결과는 구글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에픽게임즈는 지난달 구글과의 1심에서 배심원단 전원일치 의견으로 승소했다. 배심원단은 구글이 앱마켓 플레이스토어를 운영하면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구글 플레이만 쓰는 조건으로 스마트폰 제작사, 앱 및 게임 개발자들에게 구글이 상당한 대가를 지불해서다.

앱스토어 기반 애플의 ‘모바일 패권’은 최근 크게 위협받고 있다. 유럽연합(EU) 규제당국은 ‘디지털시장법(DMA)’에 따라 앱마켓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DMA는 애플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사 앱마켓만 강요하는 것은 불공정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이를 애플이 수용하면 iOS 앱을 앱스토어 밖에서도 다운로드 할 수 있는 ‘사이드로딩’이 가능해진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EU용 앱스토어와 그 외 지역용 앱스토어를 별도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의 애플을 있게 한 폐쇄적 생태계 운영도 개선요구를 받고 있다. 미 법무부는 올해 안에 애플에 대해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애플이 자사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과도하게 폐쇄적으로 운영해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앞세운 마이크로소프트(MS)에 시가총액 1위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AI 앱마켓’ GPT 스토어의 등장으로 오픈AI도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외부 결제라는 길이 열렸지만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CNBC는 애플이 외부 결제 시스템에 최대 27%의 수수료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기존 수수료율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수준이다. 더구나 애플은 외부 결제를 이용하면 보안, 개인정보 보호, 환불, 구독 관리 등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SNS에 “애플은 법원의 명령에 대해 악의적인 ‘규정 준수’ 계획을 제출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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