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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법 안되니 칼로 죽이려 해” 한동훈 “그 정도면 망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흉기 피습 이후 15일 만에 당무에 복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둘째)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재환영식에 참석해 8호 인재인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인 김용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이사(왼쪽 셋째)와 함께 김구 선생 사진을 제막하고 있다. [뉴시스]

흉기 피습 이후 15일 만에 당무에 복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둘째)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재환영식에 참석해 8호 인재인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인 김용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이사(왼쪽 셋째)와 함께 김구 선생 사진을 제막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흉기 피습 보름 만에 당무에 복귀하며 내뱉은 일성은 정권 심판론이었다.

오전 8시50분 국회에 나와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이 대표는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생각을 되돌아보게 됐다”며 “살자고, 살리자고 하는 일인데 정치가 오히려 죽음의 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를 제거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내가 모든 것을 다 가지겠다는 생각 때문에 정치가 전쟁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권력에 대한 심판 선거”라고 규정한 그는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저를) 법으로도 죽여 보고, 펜으로도 죽여 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 하지만 절대 죽지 않는다”며 “최선의 노력으로 통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한, 혁신적인 공천을 통해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앞엔 미뤄둔 난제가 수두룩하다. 당의 추가 분열을 막는 게 급선무다. 이 대표가 자리를 비운 동안 이낙연 전 대표(11일)와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10일)이 탈당했다. 최고위 직후 열린 영입 인재 환영식에서 그는 “참 안타깝게도 이낙연 전 총리께서 당을 떠나셨고, 몇 의원들께서도 탈당했다”며 “통합과 단합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 최선을 다했지만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당장 현역 추가 탈당은 없을 것”(중진 의원)이란 전망이 많다. 그러나 공천이 본격화하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설 전에 선출직 공직자 평가 하위 20%에게 결과가 통보될 것”(당 지도부 인사)이란 말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이미 공직후보자 검증 결과부터 시끄럽다. 이날 이 대표는 성희롱 파문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친명계 현근택 변호사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최근 친명을 자처하는 인사들이 비명계 지역구에 도전하는 ‘자객공천’ 논란에 대해선 “아직 공천한 게 없다. 경선한 걸 가지고 그러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개인 신상을 둘러싼 상황도 복잡하다.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인천 계양을을 찾아 이 지역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손을 맞잡았다. 이 대표 측은 “전혀 위기감이 없다”지만, 대선 잠룡인 원 전 장관이 지역구에서 이 대표와 맞상대하면 ‘정권 심판’이라는 선거 프레임이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에선 “비례대표 출마는 자기 목숨을 지키기란 비판에, 지역구 출마는 전국 선거 지휘 부재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출마 방식은 선거제 개편과 맞물려 있다는 평가다. 한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출마 여부 및 출마 방식은 가장 마지막에 결정될 문제”라고 말했다. 사법리스크도 현재진행형이다. 당 대표실은 이 대표가 19일 열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습 후 미뤄졌던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혐의 재판도 오는 23일로 예정돼 있다.

이 대표가 흉기 피습을 여권의 살해 시도인 것처럼 표현한 대목은 한 비대위원장을 바로 자극했다. 그는 “그 정도면 망상”이라며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걸 정치적으로 무리하게 해석하는 건 평소 이 대표다운 말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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