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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만난 여당 중진들 “경선룰 불공정” 불만 토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앞줄 가운데)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앞줄 가운데)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일부 중진 의원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의 17일 오찬 회동에서 4·10총선 경선룰에 불만을 제기했다고 복수의 여권 관계자가 전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12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4선 이상 여당 의원 14명과 비공개 오찬 회동을 했다. 김영선·서병수·정우택·정진석·조경태·주호영 의원(이상 5선)과 권성동·권영세·김기현·김학용·박진·윤상현·이명수·홍문표 의원(이상 4선) 등이 참석했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이 자리에서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정영환 고려대 교수)가 전날 발표한 경선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경선룰은 ‘현역의원 교체지수’를 만들어 하위 10%(7명)는 컷오프(공천배제)하고, 하위 10%초과~30%이하(18명)는 경선 득표율의 20%를 감산하는 내용이다. 동일지역 3선 이상은 15%를 별도로 감산한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당무감사 결과도 심사에 20% 반영한다.

A의원은 “당무감사는 여러 사람이 나서서 진행해 신뢰성이 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B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1년 전에 세세한 경선룰을 정해 놓는다”고 말했다. 총선 85일을 앞두고 경선룰이 전격 발표된 데 대해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피력한 것이다. C의원은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현역에게 불이익을 줘 공천 잡음이 나오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의미로 들렸다”고 했다. 일부 중진은 “이길 수 있는 공천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위원장은 “내 이미지가 소진될 거란 우려가 있지만 그렇다 해도 총선을 이길 수 있다면 내 모든 걸 다하겠다”며 “총선 승리는 저의 최고의 가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중진 다수는 로우키로 대응하고 있다. 정우택 의원은 페이스북에 “시스템공천 도입을 높이 평가한다”고 썼고, 김태호 의원도 “당원과 주민 뜻을 존중하는 시스템 공천은 옳은 방향”이라고 적었다. 여권 관계자는 “불만을 드러냈다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일단은 두고 보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용산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이 신인 가점(7~10%)을 바탕으로 현역 지역구에 잇따라 도전장을 던지면 점차 파열음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중진도 ‘나는 컷오프 대상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경쟁이 본격화하면 태도가 변할 것”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의 ‘깜짝 발언’을 놓고는 뒷말이 무성하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마포을이 지역구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 맞상대로 김경율 비대위원을 소개했다. 그러자 김성동 마포을 당협위원장 측이 행사 도중 항의했다. 김 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위원장이 공정을 말하면서 불공정한 처사를 벌인다”고 반발했다. 한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특정한 누구를 내보내겠다는 취지로 말씀드린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 인천시당 행사에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이재명 대적수’로 소개했다. 그러자 윤형선 계양을 당협위원장이 “연고 없는 낙하산이 공천되는 것에 계양구민의 반감이 퍼지고 있다”고 반발했다. 수도권 당협위원장은 “후보 교체나, 현역 물갈이가 매끄럽지 않게 진행되면 ‘진흙탕 경선’이 되면서 정작 본선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늘 전국 당협위원장 일괄 사퇴 의결=한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18일 전국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일괄 사퇴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당내 경선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조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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