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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5.2% 성장 ‘리오프닝’ 효과 실종…한국 수출 경고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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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FE)에 참석해 “전반적인 장기 성장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P=연합뉴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FE)에 참석해 “전반적인 장기 성장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P=연합뉴스]

중국이 지난해 경제성장률 5.2%를 기록하며 목표치(5%) 달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소비·투자 위축, 부동산 침체 등 경기 불안이 여전해 올해 성장률은 다소 둔화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7일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121조207억 위안(약 2경2270조원)으로, 전년 대비 5.2%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이 지난해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설정한 목표치인 5%를 뛰어넘는 수치다. 블룸버그통신이 전날 발표한 성장률 예상치(5.2%)와 같고 국제통화기금(IMF·5.4%), 경제협력개발기구(OECD·5.2%), 세계은행(WB·5.1%) 전망치와도 대체로 부합한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전년 대비 5.2%를 기록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하지만 2022년의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지난해 5.2% 성장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6~7%대 성장률을 기록해 온 중국은 팬데믹 직격탄에 2020년 2.2%까지 고꾸라졌다. 2021년엔 기저효과에 힘입어 8.4%로 올라섰지만 2022년 다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면서 경기 침체에 빠져 3.0% 성장에 그쳤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올해 성장률은 더 둔화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블룸버그는 내수 부진 지속 등을 이유로 4.5% 성장을 전망했고, IMF와 OECD, 세계은행도 각각 4.6%, 4.7%, 4.4%로 지난해 전망치보다 낮춰 잡았다. 지난해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0.2% 증가에 그쳤는데 이는 2010년 이후 최저치다. 월별로도 지난해 10월(-0.2%)부터 12월(-0.3%)까지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를 키우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국내 경제 전망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기대도 쑥 들어갔다. 오히려 중국 경기가 침체하고, 공급망 갈등 요소가 부각하며 리스크(위험) 관리가 중요해졌다.

기획재정부 ‘2024년 경제정책방향(경방)’에 따르면 기재부는 올해 경제를 전망하며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경제 ‘낙수효과’를 언급하지 않았다. 1년 전 경방에서 중국의 리오프닝을 근거 삼아 한국 경제가 상저하고(上低下高·경기가 상반기에 저조하다 하반기에 회복) 흐름을 탈 거라고 전망한 것과 대조적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중국과 관련해선 오히려 ‘수출·내수·공급망’ 3대 리스크가 경고등을 울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과 교역에서 한국은 180억 달러 적자를 봤다. 연간 기준으로 대(對)중 무역이 적자를 낸 건 1992년 수교 이후 31년 만에 처음이다. 원유를 수입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면 사실상 중국이 한국의 최대 무역수지 적자국으로 떠올랐다.

중국 리오프닝이 상징하는 단체관광객(유커) 효과도 예전만 못하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2조4512억원으로 집계됐다. 면세점 매출은 2019년 24조8586억원까지 치솟았다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15조원대로 급감했다. 2022년엔 17조8000억원까지 회복했다. 지난해는 12월 매출을 고려하더라도 2020년 수준에도 못 미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이 무역 등 여러 방면에서 한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있기 때문에 중국 경기가 반등하고 반도체 수요가 살아난다고 해도 한국 수출에 도움이 되는 정도는 예전 같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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