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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도 용인할 수 있다"…벌써 트럼프 컴백 포비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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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을 당시의 모습.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을 당시의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과반 압승으로 마무리되면서 트럼프의 재집권이 몰고 올 한반도 안보 환경 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트럼프 시즌 2’가 현실화할 경우 공언해온 대외 전략의 커다란 변화와 함께 한반도 안보 지형도 출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2017~2021년 재임 때 ‘아메리카 퍼스트’를 앞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세계 질서 유지에 드는 비용을 더는 부담하지 않겠다며 국제 질서를 뒤흔든 적이 있다.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서도 한ㆍ미 군사훈련 유예를 일방적으로 선언했고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으며 주한 미군 철수를 공공연히 거론했었다.

빅터 차 “북핵 용인, 불가능한 일 아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권 탈환에 성공한다면 특히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는 16일(현지시간) ‘2024 인도태평양 전망’ 세미나에서 정치전문매체가 폴리티코가 지난달 보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북핵 용인 검토설과 관련해 “트럼프에게 가장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에서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개념 자체가 한국, 일본, 중국 등 역내 국가 안보에 커다란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폴리티코는 지난달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북한의 핵 동결을 대가로 대북 경제제재 완화 등을 제공하는 거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당 보도를 부인했지만,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빅터 차 한국석좌를 비롯한 한ㆍ미 양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적잖이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핵 동결 대가로 제재를 푼다면 핵 보유국 인정 신호가 되기 때문에 한ㆍ미 간 대북 정책이 완전히 갈라지게 됨을 의미한다”며 “트럼프가 북한과 빅딜을 한다면 현 정부에서 실질적 제도화한 ‘한ㆍ미 핵협의그룹(NCG)’으로는 절대 부족하다는 반응과 함께 한국의 자체 핵 무장론이 거세게 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럴 경우 한국 역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까지 될 수 있다. 동맹 약화로 이어질 것은 물론이다.

‘김정은과 브로맨스’ 재개 가능성도

차 석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브로맨스’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봤다. 차 석좌는 미국의 올해 대선 기간 북한의 도발이 잦아지고,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북한과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느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트럼프는 김정은과 브로맨스나 연애편지 교환을 되살리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소장 겸 한국석좌가 지난해 4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우드로 윌슨 센터가 주최한 한ㆍ미동맹 70주년 관련 세미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소장 겸 한국석좌가 지난해 4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우드로 윌슨 센터가 주최한 한ㆍ미동맹 70주년 관련 세미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 코커스를 하루 앞둔 지난 14일 유세에서도 김 위원장을 두고 “매우 똑똑하고 터프하다. 나는 그와 잘 지냈다”고 자랑했다. 이날(한국시간 15일) 공교롭게도 김 위원장은 한국을 ‘불변의 주적’으로 북한 헌법에 명기할 것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 기구를 폐지할 것을 지시했다. 한국을 철저히 배제하고 미국 행정부와 직접 거래하는 ‘통미봉남’ 노선을 노골화한 것이다. 북한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권좌에 복귀하더라도 북한의 구상대로 쉽게 흘러가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는 비즈니스 마인드를 중시하고 김정은을 이미 경험해 봤기 때문에 재집권을 하더라도 북한에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동 문제에 우선순위를 둘 가능성이 크다”며 “트럼프가 폴리티코의 ‘핵 용인 검토’ 보도를 즉각 부인했다는 것도 그 내용과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는 의미다. 핵 동결로 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 인상 압박 가능성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시 방위비 분담을 놓고 다시 고강도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ㆍ미 양국은 올해 중 제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 협상을 조기 착수하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한ㆍ미 양국은 이미 2021년에 2020~2025년 적용되는 11차 SMA를 타결했던 터라 종료 시점을 2년 가까이 남겨두고 차기 협상을 시작하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 복귀 가능성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트럼프 재집권이 몰고 올 파장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조남훈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트럼프가 돌아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방위비 협상에 들어가기 전 한국에 불리한 요소들을 사전에 제거해 트럼프 2기 정부가 인상 근거를 대지 못하도록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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