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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 들어간 中 ‘리오프닝’ 효과…되레 '리스크 관리' 중요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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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본점 입구가 한산하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본점 입구가 한산하다. 연합뉴스

1년 전만 해도 국내 경제 전망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기대가 올해 쑥 들어갔다. 오히려 중국 경기가 침체하고, 공급망 갈등 요소가 부각하며 리스크(위험) 관리가 중요해졌다.

17일 기획재정부 ‘2024년 경제정책방향(경방)’에 따르면 기재부는 올해 경제를 전망하며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경제 ‘낙수효과’를 언급하지 않았다. 1년 전 경방에서 중국의 리오프닝을 근거 삼아 한국 경제가 상저하고(上低下高·경기가 상반기 저조하다 하반기 회복) 흐름을 탈 거라고 전망한 것과 대조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주요 도시를 봉쇄할 만큼 경제를 틀어막았던 중국이 지난해부터 방역을 완화하며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를 접은 셈이다.

중국과 관련해선 오히려 ‘수출·내수·공급망’ 3대 리스크가 경고등을 울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과 교역에서 한국은 180억 달러 적자를 봤다. 연간 기준으로 대(對)중 무역이 적자를 낸 건 1992년 수교 이후 31년 만에 처음이다. 원유를 수입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면 사실상 중국이 한국의 최대 무역수지 적자국으로 떠올랐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대중 수출에서 반도체 등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기술력을 확보한 중국이 중간재를 자국산으로 대체하며 기존 수출 공식이 바뀌고 있다”며 “중국 경기가 나아지더라도 한국이 예전처럼 대중 무역에서 특수를 누리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중국 리오프닝이 상징하는 단체 관광객(유커) 효과도 예전만 못하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2조4512억원으로 집계됐다. 면세점 매출은 2016년 10조원을 돌파한 뒤 2019년 24조8586억원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15조 원대로 급감한 뒤 2022년 17조8000억원까지 회복했다. 지난해는 12월 매출을 고려하더라도 2020년 수준에 못 미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국인 관광객 숫자도 줄었지만 관광 유형도 단체에서 개인·자유 여행, 쇼핑에서 체험 위주로 바뀌었다”며 “해외 직구(직접구매)가 발달해 한국 쇼핑의 매력이 줄었고, 화장품 등 인기 쇼핑 품목에서 중국산을 선호하는 등 현상이 겹쳤다”고 분석했다.

‘공급망 리스크’도 부쩍 커졌다. 미·중 패권경쟁이 가속하는 가운데 중국이 희소 자원을 무기화하면서다. 지난해에도 중국은 갈륨·게르마늄·흑연에 이어 요소까지 수출 통제에 나섰다. 한국은 2021년 ‘요소수 대란’를 겪은 뒤 중국산 요소 의존도를 2022년 71.7%까지 낮췄지만, 지난해 10월 기준 다시 91.8%로 올랐을 정도로 공급망 리스크에 취약하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중국 경제의 반등은 올해도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은 경제를 걸어 잠근 2022년 3% 성장한 뒤 기저효과(base effect) 영향으로 지난해 5.2% 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2010년대 경제성장률(6~9%)에 못 미친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국제기구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4.4∼4.7%대로 전망한다. 내수 위축, 부동산 침체, 디플레이션 등 리스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도 저출산 추세에 접어든 중국이 과거처럼 고성장 추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한다. 더는 막연한 ‘중국발 온기’에 기대 국내 경기 회복세를 바라기 어렵다는 얘기다.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과거와 같은 중국 특수는 없겠지만 여전히 중국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영향이 큰 만큼 중국의 성장세 둔화, 경제구조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며 “소비재·서비스 수출 비중을 늘리는 한편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수출국·공급망 다변화를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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