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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전기차, 빅3 배터리 다 쓸 수도”…이 말에 미래전략 있다

중앙일보

입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3일 경기도 기아 오토랜드 광명 전기차 전용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현대차·기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3일 경기도 기아 오토랜드 광명 전기차 전용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현대차·기아

현대자동차가 2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실릴 배터리 공급과 관련해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다양한 배터리 기업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와 첫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삼성SDI와도 추가 공급을 논의 중이다. 국내 ‘배터리 빅3’ 기업 모두가 현대차의 2세대 플랫폼용 배터리를 놓고 협상에 나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16일 “현대차와 배터리 기업의 협상 중 일부는 상당히 진행됐다. 서로 시점은 다르겠지만 조건만 맞으면 현대차가 다양한 배터리 업체와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여러 기업과 배터리 공급 협상을 진행하는 건 2세대 플랫폼 배터리의 다양·다변화 계획 영향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6월 2세대 플랫폼 도입 계획을 밝히며, 배터리 폼팩터(외형)의 다변화와 배터리 솔루션(방식)의 다양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2025~2030년 현대차는 현대차 4종, 제네시스 5종의 승용 전기차를 개발·출시하기로 했는데, 소형부터 대형 SUV까지 다양한 차종이어서 필요한 배터리도 다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1세대 플랫폼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으로부터 파우치형 배터리만 공급 받았었다.

2세대 플랫폼 계획에 따라,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삼성SDI와 각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또 현대차는 기존엔 니켈·코발트·망간(NCM)을 사용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주로 사용했지만,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사용도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LFP 배터리를 제조하는 중국 기업과도 공급 논의를 하고 있다.

SK온은 지난 9~1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 SK그룹 공동 운영 통합 전시관 'SK 원더랜드'의 세 번째 구역 '댄싱카'에서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선보였다. 사진 SK온

SK온은 지난 9~1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 SK그룹 공동 운영 통합 전시관 'SK 원더랜드'의 세 번째 구역 '댄싱카'에서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선보였다. 사진 SK온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배터리 기술이 빨리 발전하는데도 폼팩터 표준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대차 입장에서는 각 차종에 맞는 폼팩터를 적용해보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배터리 제조 업체와 계약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또 “현대차가 과거에는 소수 업체와 장기계약을 했지만, 현대차 위상이 올라가면서 개방형 조달을 하는 것으로 안다”며 “현대차 납품 경쟁이 있다 보니 현대차 입장에서는 폼팩터, 차종, 조건 등에 따라 각각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여러 배터리 기업들과 계약한다”라고 말했다.

수주 경쟁 더 치열해진 이유는

현대차와 배터리 제조 업체의 ‘일(一)대 다(多)’ 협상에는 배터리 업황이 부진한 영향도 크다. LG에너지솔루션와 삼성SDI, SK온을 자회사로 둔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6~16%가량 하락했다. 북미·유럽 시장의 전기차 수요가 줄면서 배터리 기업 세 곳 모두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의 기대보다 낮거나, 낮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특히 SK온은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을 목표로 했지만, 증권가는 대부분 영업손실을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의 기대를 높이기 위한 배터리 기업들의 수주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요즘처럼 배터리 시장이 안 좋을 땐 현대차 물량 수주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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