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박성민 정치의 재구성

조응천 "민주당이 진보? 후진타오 끌어낸 中공산당 같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대한민국 정치는 표 얻는 기술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공익보다 사익을 앞세운 정치인들이 야기한 극심한 갈등은 국민을 좌절케 하고 나라를 퇴행시키고 있습니다.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치의 재구성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정치인들을 만나 그들의 진단과 해법을 들었습니다.

조응천 3시간 격정 인터뷰 ② #보수·진보 참칭 여야 똑같은 집단 #민주당, 마이너 의식 못 버려 문제 #제왕적 당대표 폐지 다당제 가야 #신당은 정강 최소, 연합 최대 추구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에 이은 세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조응천 미래대연합(가칭)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입니다. 더불어민주당 탈당 직전인 지난해 12월21일과 탈당 직후인 지난 15일 두차례, 3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에서 조 위원장은 '정치의 재구성'을 묻는 말에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는 사회의 누적된 갈등을 악화시킬 뿐이라 타파돼야 한다"며 "4·10 총선에서 1, 2 당은 100~120여석 얻고 제3당이 수십석을 차지해야 타협의 정치가 실현된다. 그게 신당의 목표"라고 했습니다. 다음 주 인터뷰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전쟁을 선포하며 인천 계양을 총선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입니다.

인터뷰 주요 내용을 ▶법조의 정계 진출 생계형 정치인 양산 및 법치주의 퇴보  ▶민주당의 문제점과 양당 기득권 정치의 해악 및 신당의 개혁 전략으로 나눠 소개합니다.
 강찬호 논설위원

관련기사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연합(가칭)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응천 미래대연합 공동추진위원장,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 연합뉴스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연합(가칭)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응천 미래대연합 공동추진위원장,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 연합뉴스

 (박성민) 2000년 이후 정치권은 당정 분리와 제왕적 대통령제 철폐 등 개혁을 해왔다. 정치 발전에 기여한 게 있나
 (조응천)  개혁을 통해 성숙 사회로 간 것은 평가한다. 그러나 정당이 극도로 중앙집권화한 게 문제다. 강제 당론이 일상화돼 있다.  '의원은 정당의 의사에 귀속되지 아니한다'는 게 법이다. 그런데도 당은 당론을 강요하고, 반대하는 의원은 금태섭처럼 가차 없이 징계한다.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다. 그만큼 중차대한 일을 한다는 소명 의식을 가지고 뚜렷한 기준에 따라 책임지고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강성 의원이 의원총회에서 박수부대 동원해 대표 입맛에 맞는 현안을 밀어붙이고, 원내대표도 그쪽으로 분위기를 몰다가 방망이 치면 당론이 돼버리는 거다. 말로만 헌법기관일 뿐이다."
 (박) 적나라한 지적이다. 민주당의 의사 결정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조)  최고위원회에서 안건이 올라오면 일단은 갑론을박이 벌어지다가 마지막에는 이재명 대표를 쳐다본다. 그러면 대표는 '좋은 말씀들 주셨다. 저한테 위임하시죠'라면서 자신이 생각한 방안을 그냥 발표한다. 결국은 대표 생각 따라가는 거다. 그러니 출입기자들이 최고위원들 중 그나마 자기 목소리 내는 비명계 송갑석 위원 발언만 컴퓨터에 받아치고, 다른 위원들 발언은 치지 않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개딸들이 지역구마다 누구는 친명, 누구는 반명이라고 사진까지 들어간 표를 만들고 '친명 후보 밀라'고 외치고 있다. 이어 '새날' 같은 친명 유튜브가 친명 후보들을 초청해 '이 사람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리당원들은 전통 언론은 안 보고 이런 유튜브만 보면서 확증편향을 다진다.
 (박) 결국 이재명 대표 같은 '제왕적 대표'가 문제인가
 (조) 이재명 대표는 대선 백서도 지선 백서도 내지 않았다. 두 선거 다 지고서도 말이다. 이것부터 문제다. 나는 그가 2022년 6월 인천 계양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할 때 극력 반대했었다. 역대 대선 후보 중 이렇게 빨리 정계에 복귀한 이는 없다. 1992년 대선에서 진 직후 영국으로 떠나 장기체류한 김대중처럼 대선 패배자들은 대선 직후 다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지 않나. 그런데 대선 패배 석 달도 안돼 안전한 지역구를 찾아 원래 있던 의원(송영길)을 서울시장 출마를 빌미로 빼낸 뒤 출마했다. 성남시장을 지냈고 분당에 살아온 사람이 돌연 인천에 출마하니 내 기준으로 설명을 못 하겠더라. 그러니 '당의 유력 주자가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해 텃밭에 출마했다'는 비난이 확산하지 않았나. 악재 중 악재였다. 당시 이 대표 측은 나에게 '유세 지원 와 달라'고 했지만 안 갔다. 이어 8월 말 치러진 전당대회에도 이 대표는 '이중 방탄막 치느냐. 나가지 말라'는 만류를 뿌리치고 꼿꼿하게 출마하더라. 당시 당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가 막혀 '다 해 먹어라'고 혀를 찼다. 그런데 이 대표 득표율이 호남에서 거의 최하였다. 결국 훌리건(개딸)만 결집해 이 대표를 뽑아준 것이다. 이 대표 입장에선 팬덤 정치의 효용을 십분 맛본 셈이다. 이후 이 대표가 검찰의 수사를 받아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개딸들이 결집해 딴 목소리 내는 이들을 맹공했다. 그 결과 이 대표에 붙어 주류가 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급증했다. 시진핑 옆에 앉은 후진타오가 만인이 보는 앞에 끌려나가는 중국 공산당과 다를 바 없다.
 (박성민) 그런 팬덤 정치를 타개할 방안은?
 (조응천) 우선 원내 정당으로 가야 한다. 당 대표는 정치를 망가뜨리는 거 외엔 하는 일이 없는 것 같다. 비례대표도 없애야한다. 전문가들을 영입한다는 취지는 몰각되고 대표 호위전사들만 양성됐다.이들을 없애면  47개 의석이 생긴다. 소선거구 대신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이를 적절히 분배하면 다당제가 가능해진다. 수도권과 광역지자체는 적어도 5명씩 뽑는 대선거구로 가야한다. 그럼 유권자 인구의 70%가 커버된다. 여기에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3당 원내 입성이 가능해진다. 지금 여당은 무조건 대통령 결사옹위. 야당은 무조건 대통령 바짓가랑이 잡기만 하지 않나. 3당 체제가 되면 대통령도 야당도 잘한 건 잘했고 못 한 건 못했다는 의견이 생긴다. 그러면 1당과 2당의 행동이 촌스러워 보이고, 3당 주장이 먹히겠지. 그러면 다음 선거에서 그게 반영돼 다당제가 정착될 것이고 국회도 지금처럼 비정상은 아니게 될 것이다
 (박성민) 4년전 입당할 당시에는 민주당에 대한 생각이 어땠나
(조)  그때 오해한 게, 보수 정당보다는 훨씬 리버럴할 줄로 생각한 거다. 전혀 그렇지 않더라. 당 지도부에서 오더 때리면 개딸들 일어나고, 김어준이 방송에서 떠들고, 의총에서 분위기 몰고, 최고위원회에서 당론으로 만드는 식이더라. 당론 거부하면 해당 행위자로 만든다. 최근엔 박수 부대까지 등장했다. 민주당엔 지못미 콤플렉스가 엄존한다. 문재인 지못미, 조국 지못미, 이제는 이재명 지못미다. 개딸들에게 이런 지못미는 '절박함'이다. '우리 이재명을 지켜야 해. 검찰 입안에 던져주면 죽어'란 생각이 그것이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여당이던 문재인 정부 때도 의식은 이런 지못미였다.
(박성민) 민주당은 지금도 "보수가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우리를 죽이려는 음모를 꾸민다"는 의식이 피해망상으로 굳어져 있는 듯하다.
 (조) (그런 망상은) 국민의힘도 똑같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위 선동꾼들이 유착했다고 믿고 유가족 얘기를 들어주면 안된다고 여긴다. 들어주면 다음번에 밀린다고 생각한다. 이래선 희망이 없다. 4.10 총선에선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각각 100석~120석만 얻고 나머지는 신당이 차지해 3당체제가 돼야한다. 그러면 거대 여야가 힘으로 밀어붙일 수 없어 대화 정치가 회복된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되면 재앙이다.

'원칙과 상식' 이원욱(왼쪽부터), 조응천, 김종민 의원이 10일 오전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원칙과 상식' 이원욱(왼쪽부터), 조응천, 김종민 의원이 10일 오전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박) 여야가 선거철마다 물갈이를 하는데, 물갈이는 물을 가는 거지 고기를 가는 게 아니다. 고기로 상징되는 진짜 개혁은 안하고 얼굴만 몇몇 가는 것으로 대신한다.
 (조) 맞다. 지금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인재 영입을 시작했다. 훌륭한 인재들일 것이다. 그러나 국회 들어와 보라. 6개월도 안  피켓 들고 상대 당에 돌팔매질하는 사람으로 바뀐다. 지난해 여름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 때 민주당 의원들이 얼마나 많이 시위했나. 그 외침 다 어디 갔나? 난 당시 보좌진들한테 시위 나가지 말라고 했다. (오염수 반대가) 과학적이지 않고, 책임 있는 공당으로 할 일이 아니고, 방탄에 이용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박) '원칙과 상식' 이 합작을 추구하는 정파들을 보면 좌·우, 보수·진보, 영·호남이 섞여 있다. 이렇게 복잡다단한 사람들을 묶을 비책이 있는지 궁금하다.
  (조) 진보 참칭하는 민주당과 보수 참칭하는 국민의힘은 실은 똑같은 집단이다. 양당의 정강·정책을 블라인드 테스트하면 맞추는 사람이 반도 안 될 거다. 외교조차 큰 차이가 없다.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중국·일본과 최대한 교집합을 추구해 국익을 극대화한다는 원칙은 대동소이하며, 신당의 입장도 그거다. 또 난 민주당 출신이지만 진보에 가깝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원칙과 상식 동료인 이원욱·김종민 의원도 운동권 출신이지만 민주·공화·자유·법치주의에 신념이 확고하다. 신당에 합류할 정태근·박원석도 중도 보수나 중도지, 급진 진보는 아니다.
 (박) 신당이 '반윤·반명' 연합을 넘어 국민에게 보여줄 가치와 비전은 뭘까
 (조) 곧 신당의 비전을 토크 이벤트로 보여줄 계획이다. '검은 코끼리'가 화두다. 인구 절벽, 신냉전, 지방 소멸 등 재앙으로 닥칠 걸 뻔히 알면서도 방치하는 난제를 뜻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이런 검은 코끼리들을 한 번도 다룬 적이 없다. 당장 답이 안 나오니 득점 포인트가 안 되는 반면 상대방 욕하는 건 확실한 '캐시 카우'니까 날만 새면 여당은 이재명, 야당은 대통령만 공격하는 거다. 신당은 각 당이 검은 코끼리를 주제로 4년 내내 매달 적어도 두 번씩 TV 토론을 벌여 공약수를 도출하고 입법하도록 밀어붙이겠다.

(박성민) 다가오는 총선도 민주당이 압승해 다수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은 듯하다.

(조응천) 다수당 되면 뭐 하나? 정치가 망가지고 나라가 망가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