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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성민 정치의 재구성

조응천 "법조 출신 정치인들, 생계형 전락...법치주의 퇴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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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대한민국 정치는 표 얻는 기술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공익보다 사익을 앞세운 정치인들이 야기한 극심한 갈등은 국민을 좌절케 하고 나라를 퇴행시키고 있습니다.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치의 재구성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정치인들을 만나 그들의 진단과 해법을 들었습니다.

조응천 3시간 격정 인터뷰 ① #변호사 늘면서 법조인들 정계 입문 급증 #뱃지 달아도 당 대표 줄 서야...법치 후퇴 #난 타고난 리버럴.. 패권에는 무조건 반사 #영부인 논란, 친인척(감찰)팀 부활이 해답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에 이은 세 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조응천 미래대연합(가칭)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입니다. 더불어민주당 탈당 직전인 지난해 12월21일과 탈당 직후인 15일 두 차례, 3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에서 조 위원장은 '정치의 재구성'을 묻는 말에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는 사회의 누적된 갈등을 악화시킬 뿐이라 타파돼야 한다"며 "4·10 총선에서 1, 2 당은 100~120여석 얻고 제3당이 수십석을 차지해야 타협의 정치가 실현된다. 그게 신당의 목표"라고 했습니다. 다음 주 인터뷰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전쟁을 선포하며 인천 계양을 총선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입니다.

인터뷰 주요 내용을 ▶법조의 정계 진출 생계형 정치인 양산 및 법치주의 퇴보  ▶민주당의 문제점과 양당 기득권 정치의 해악 및 신당의 개혁 전략으로 나눠 소개합니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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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천 위원장이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조응천 위원장이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박성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법조인 출신 정치인으로 김건희 여사 문제는 어떻게 보나?

  (조) 김대중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실 비서관을 지냈다. 당시 수석실에 '친인척 팀'이 존재했다, 박정희 정부 때부터 있어온 조직이다. 검경 출신 6명쯤이 있었다. 누군가 VIP(대통령)나 영부인을 팔고 다닌다는 풍문이 들리면 탐문해서 사실과 부합하면 그 문제의 인물을 불러 단념케 만든다. '계속 이런 짓 하면 검찰·국세청이 탈탈 털 거다. 후회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해서 말이다. 그러고 나서는 대통령에게 '00 씨란 사람이 이상한 행동을 하고 다녀 조치했다'고 보고한다. '일이 이렇게 된 데는 대통령님께서도 원인을 제공한 것'이란 암시를 주는 것이다. 사고 터지는 걸 미리 예방하는 실효가 있었다. 그러나 현 정부는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면서 사정 기관 컨트롤과 인사 검증, 친인척 관리 등 중요한 기능 세 가지를 없애버렸다. 특별감찰관 도입도 좋은데 더 시급한 것은 친인척팀 재건이다. 문제가 불거졌을 때 암암리에 미리 처리하는 것이니 도입해야 한다. 제2부속실도 있어야 한다. 그 조직이 생기면 '영부인이 이런 행사에 가시는 게 맞냐'며 공식적으로 따진다. 허들이 생기는 거다. 그러니 (현 정부는) 제2부속실을 일종의 훼방꾼으로 생각해 안 만들었던 것 같다."  

 (박)  90년대는 정치인과 기업인, 언론인이 지배하다가 최근에는 법조라는 그룹이 지배층에 올라왔다. 여기에 주목한다. 왜 법조가 올라왔을까

 (조) 역대 정권마다 정치인, 공무원,기업인을 '개혁'이란 이름으로 쳐왔는데 유일하게 안 걸린 데가 서초동(법조)이다. 사법고시는 합격자 300명이 사법연수원 2년간 같이 지내니 결속이 강하다. 그런데 사정 폭격은 맞은 적 없지 않나. 그러니 살아남은 데가 법조밖에 없다. 법조인이 창조적인 능력은 모자라지만 일정한 퀄리티는 있지 않나. 그래서 먼저 보수 정권에서 법조를 안정적인 인재 발굴 루트로 삼았다. 더불어민주당도 언제부터인가 '민변 출신만으로는 안된다'는 생각에 나 같은 이를 데려온 것이다. '집권하려면 법조계와 속 터놓고 지내야 한다'는 생각에 20대 국회부터 판검사 출신들을 많이 영입한 거다. 그러면 뭐하나? 민주당 의원이 된 법조인들, 당 시키는 대로 매일 피켓 들고 서초동 항의 방문하고 연좌 농성하는 거나 하고 있지 않나. 국회의원 왜 하냐고 물어보면 한 번 더 하려고 한다는 답변만 돌아오지 않나.  

  (박) 검사 출신으로 법조인이 정치하는 게 적합하다고 보나

 (조) 법조인은 과거를 돌아보며 이게 제대로 됐는지 따지는, 회고적인 직업이다. 남의 뒤를 캐는 일을 하는 건  괜찮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거나 없는 것 개척하는 일 하기엔 한계가 있다. 정부 부처에도 돈 버는 부처가 있고 돈 쓰는 부처가 있는데 전자는 안 맞고 후자에서 일하는 게 맞다. 그런데 정치는 사법과는 완전히 대척점에 있다. 우선 정치인, 즉 국회의원은 법조인처럼 독임제가 아니라 회의체가 기본이다. 다들 각자 대표성을 갖고 있다. 또 이게 법에 맞냐 안 맞냐만 따지는 사람은 법조인으론 몰라도 정치 하기는 어렵다. 정치는 늘 발칙한 상상을 해야 하고, 때로 상대방이 악인이라도 팔짱 끼고 가야 한다. 한데 법조인은 본능적으로 그런 사람들을 회피한다. 김정은이 만나자고 하면, 정치인은 안 볼 도리가 없지 않나. 그런데 그는 우리 헌법상 반국가단체의 수괴로 사형감이다. 법조인 마인드로는 만날 수 있겠는가."

 (박) 법조 출신 정치인에게 지사형 활약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생계형 정치인만 는 것 같다,

 (조) 경쟁이 심화함으로써 법조도 관계도 정계도 과거같이 소신 혹은 지사형을 기대하는 게 어려워졌다. 사회가 투명해진 것과 반비례다. 겸직 금지하고 이해충돌법도 생겨 감방 갈 각오하지 않으면 해 먹을 게 없다. 지금 로스쿨 3000명 시대지 않나. 옛날에는 c급 판검사도 변호사 개업 3년 이내에 몇십억을 벌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 달에 600만원 벌어 임대료 빼고 집에 300~400만 원 갖다 주는 변호사가 태반이다. 그러니 검찰, 법원 재직 중 검사장이나 고등부장 법원장까지 오르지 못하면 변호사 수입이 현직 시절보다 많을 수가 없다. 그러니까 나가는 게 두렵고 어떻게든 고위직에 올라야 한다. 자연히 윗사람 명령  맞춰주는 시늉을 해야 한다. 옛날 같으면 들이받는데. 국회의원 돼도 마찬가지다. 한동훈이 여의도는 사냥터요. 야당 의원은 사냥감이라 예기했다는데  맞다. 걸면 걸린다. 그러니 다 위축되지. 거기에다 당 대표가 공천권을 갖고 횡포를 부린다. 수시로 당론 정하고 안 따라가면 난리다. 공천 때 줄 서야 한다. 지금은 국회의원 왜 하냐 물으면 한 번 더 하기 위해서가 목적이 됐다.  

(박) 공감한다. 최근에는 "법치는 글렀고 인치만 남았다"는 한탄이 나온다.

 (조) 상대방을 타도해야 할 적으로 보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항상 한다. 어렵다고 현실만 따라가면 나도 식충이에 불과한 거다. 성공 여부를 떠나 계속 균열을 내는 시도가 필요하다. SNS 때문에 절망하지만, 국민의 집단지성을 믿어 낙관하는 것이다. 한데 집단지성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왼쪽)와 대담하고 있는 조응천 위원장. 김성룡 기자

박성민 정치컨설턴트(왼쪽)와 대담하고 있는 조응천 위원장. 김성룡 기자

 (박) 당신의 정체성은 뭔가

  (조) 정확히 가운데다. 0(극좌)부터 10(극우)까지 테스트한 결과 보면 꼭 '5'가 나오더라.  

 (박) 정치인 중에 성향이 비슷할 것으로 짐작되는 이는.

 (조) 언론의 정치인 성향 테스트 결과를 보면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나랑 가장 비슷한 성향으로 나오더라. 내 성향은 리버럴이다. 패권을 보면 무조건 반사적으로 거부한다. 어릴 때부터 조건 반사였고 검사 시절에도 상급자가 사건을 덮으려 하면 (분노가) 확 올라왔다. 패권은 우월적 지위나 권력으로 내 양심과 원칙에 맞지 않는 걸 강요하고 억압하는 것이라서다. 그게 공공선에 부합한다면 참아줄 수 있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다.

 (박성민)  정치인 조응천으로 남기고 싶은 묘비명이 있다면?

 (조) '마지막 지사형 정치인이었다'는 거다. 지나가는 민주당 의원들이 날 보면  등 두드려주면서 '미안하다. 고맙다. 내가 하고 싶던 얘기를 당신이 해주니' 라고들 얘기한다. 그러나 내가 '그러면 우리 성명문에 이름 올려달라'고 하면 도망간다. 난 이해한다. (그들은) 생계형 정치인이니까.  

 (박성민) 박근혜 청와대에서 비서관, 민주당에 의원으로 각각 있었다. 어디가 더 힘든가.

 (조) 민주당이 제일 힘들다. 청와대는 관청이다. 독임제라 의사결정의 상당 부분을 내가 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합의제다. 당론이라는 것으로 나를 꽁꽁 묶어 끌고 가더라. 스스로는 진보정당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 전혀 진보가 아니다. 약자를 위한다지만 진심이 아니라 유불리를 따져 선택하는 것일 뿐이더라. 게다가  '마이너리티' 의식이 늘 깔려 있다. 집권당일 때도 이런 마이너 의식을 버리지 못하더라. 이걸 못 없애면 당의 미래는 없다. 

 강찬호 논설위원 stoncol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