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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 열애설' 여교수 표절 의혹에…억만장자 남편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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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빌 애크먼. 로이터=연합뉴스

억만장자 빌 애크먼. 로이터=연합뉴스

하버드대, 억만장자, 가자지구 전쟁, 논문 표절, 셀러브리티. 이 다섯 요소가 섞인 논란이 미국에서 뜨거운 화제다. 주인공은 억만장자 투자자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이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셀럽과 같은 위상을 누리는 그는 행동주의 투자자다. 그런 그가 지난해 말 미국에서 투자 이외의 논란으로 이목을 끌었다. 그의 모교인 하버드대의 총장을 사퇴시키는 데 앞장서면서다. 해가 바뀌었지만 논란은 더 거세지고 있으며, 그는 15일(현지시간)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법정 공방까지 예고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연말, 하버드대 캠퍼스에서 일부 반(反) 유대계 학생들이 가자지구 전쟁의 책임을 이스라엘에 돌리며 "유대인을 학살하자"는 과격한 문구를 내세운 시위였다. 애크먼은 유대인으로, 반유대주의에 반대하는 입장을 수차례 공개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모교에서 벌어진 이 시위에 대해 당시 총장이었던 클로딘 게이가 확실한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며 사퇴를 수차례 요구하고 나섰다.

클로딘 게이 전 미국 하버드대 총장. AFP=연합뉴스

클로딘 게이 전 미국 하버드대 총장. AFP=연합뉴스

그의 총장 사퇴 캠페인은 곧 게이 총장의 과거 논문 표절 논란으로 번졌다. 학내에선 총장에 대한 옹호와 반대 입장이 팽팽히 갈렸고, 결국 총장이 백기를 들었다. 애크먼은 하버드대 기부자 중 '큰 손'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최근 하버드대의 기부액 실적은 예일대 등에 비교해 두 배 이상 뒤처진 상황이다. 1636년 개교한 하버드대의 첫 아프리카계 미국인 총장이었던 게이는 동시에 최단기(5개월) 재임 총장으로 기록됐다.

하버드대에서 지난 4일 빌 애크먼에 반대하며 클로딘 게이 당시 총장을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버드대에서 지난 4일 빌 애크먼에 반대하며 클로딘 게이 당시 총장을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여기까지는 애크먼의 승리로 보였다. 그러나 연말연시를 거치며 양상이 바뀌었다. 경제전문매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BI)가 애크먼의 부인, 네리 옥스만의 박사 논문 역시 표절 의혹이 있다고 보도하면서다. 네리 옥스만은 애크먼이 2017년 재혼한 인물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를 지낸 유명한 학자다. 생물학과 디자인, 생태학, 건축학 등의 융합과 통섭을 지향한다. 브래드 피트와 열애설이 나온 적 있을 정도로 셀럽이며, 역시 유대인이다.

빌 애크먼의 부인 네리 옥스만. 그가 근무했던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소개 홈페이지다. [MIT, Neri Oxman]

빌 애크먼의 부인 네리 옥스만. 그가 근무했던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소개 홈페이지다. [MIT, Neri Oxman]

BI는 옥스만이 과거 논문에서 출처와 인용을 제대로 적시하지 않았다면서 표절 의혹을 제기했고, 이 의혹은 곧 뉴욕타임스(NYT)도 지난 6일 보도했다. BI가 보도한 내용의 핵심은 옥스만이 위키피디아 등에서 획득한 정보를 출처를 밝히지 않은채 박사 논문에 썼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학자로서의 옥스만의 위상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

애크먼은 반발했다. "BI의 편집인이 반유대계라는 정보가 있다"는 요지의 주장을 펴면서다. BI의 모기업인 악셀 슈프링거AG는 이에 "보도 과정을 살펴보겠다"는 요지의 입장문을 내면서 한발 물러선 상황이다. 애크먼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악셀 슈프링거에 심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악셀 슈프링거는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어서다. 입사와 함께 "이스라엘의 존재 이유를 인정한다"는 요지의 서약서에 서명해야 할 정도다.

애크먼이 "명예훼손으로 악셀 슈프링거를 고소하겠다"며 법정 공방까지 거론하면서 자신감을 보였지만 상황은 미지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악셀 슈프링거가 BI에 대한 내부 조사를 거친 결과, 보도 내용엔 관련 증거가 많으며, 특별한 편견을 갖고 보도가 된 것이 아니라는 쪽으로 결론이 모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BI가 옥스만을 겨냥해 낸 보도에 큰 문제가 없었다는 뜻이다. 애크먼은 그러나 X에 "BI는 죽었다"고 올리며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옥스만 본인은 16일 현재 인스타그램 및 공식 홈페이지에서 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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