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中 “대만은 내정” 압박하자 北미사일 쐈다…전문가 “유사시 韓안보 직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3일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이날 치러진 총통·국회의원 선거에서 집권 여당 후보로 나선 라이칭더(전광판 왼쪽)가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3일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이날 치러진 총통·국회의원 선거에서 집권 여당 후보로 나선 라이칭더(전광판 왼쪽)가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의 집권 민진당 후보인 라이칭더(賴淸德·65)가 당선하면서 대만의 대중 강경 노선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대만에 대한 중국의 공세 수위가 한동안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중국 외교부는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면서 “이번 선거가 조국 통일의 필연이라는 대세를 막을 순 없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한국은 일단 신중한 자세다. 외교부는 14일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고 (중국과 대만 간) 양안 관계가 평화적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며 "대만과 관련한 정부의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선거 결과가 한중 관계 기조에 큰 영향을 주거나 변화가 있을 사안은 아니다”며 “특히 대만해협 문제에 대해 정부는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하며 대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와 안정이 지속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이번 대만 선거 결과가 한반도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성균중국연구소는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5년 내 대만을 본격 침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단기적으론 군사·경제적 수단을 동원해 대만을 압박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국이) 라이 당선자의 취임식(5월 20일) 직전까지 대만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대만 주변에서 강력한 군사훈련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6월 3일 대만해협에서 중국 군함 루양 3호가 미국 구축함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6월 3일 대만해협에서 중국 군함 루양 3호가 미국 구축함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처럼 중국이 군사 훈련을 명목으로 대만에 대한 시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사소한 불씨'가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국 입장에선 무력 충돌 시 미국의 전력 재배치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최악의 경우 주한미군까지 가세하면서 방위력 공백을 불러올 수 있고, 이런 틈새를 노린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대만 선거 이튿날 동해상으로 중거리미사일(IRBM)을 발사한 것도 한·미의 대응을 살피면서 주목을 받기 위한 방편이란 풀이가 나온다.

특히 북한이 올해 첫 IRBM 도발의 시기를 14일로 고른 배경에는 시기적으로 한반도 주변의 정치적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중국이 대만을 향해 ‘조국 통일’을 거론하며 위협하는 등 한·미·일의 이목이 대만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이를 곧바로 도발의 기회로 활용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대만 문제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이번 선거 결과가 자칫 한·중 관계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국내 전문가들은 "미·중이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이후 '강 대 강' 대치보다는 상황 관리 모드에 접어든 만큼 한국도 정교한 메시지 발신에 신경 써야 할 때"라는 반응을 내놨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은 “한·미, 한·미·일 간 안보 협력을 공고히 하면서 한·중 관계의 변화를 모색할 모멘텀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대만 선거 결과를 두고도 '대만 해협과 한반도 모두의 평화와 안정을 기대한다'는 등의 신중하고 절제된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미·중이 (대만 해협 등에서)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걸 원치 않는 상황에서 한국이 먼저 나서서 이번 선거의 의미에 대해 과도한 해석을 내놓거나 무력 충돌 가능성을 거듭 언급하는 건 한·중 간 외교 감정만 악화시킬 수 있다”며 “정부는 물론 민간에서도 현 상황에 대한 차분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11월15일 미국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앞두고 취재진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11월15일 미국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앞두고 취재진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왕휘 아주대 교수는 “민진당이 총통·국회의원 선거 어느 쪽에서도 과반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건 대만 유권자들이 친미 후보를 선호했다기보다 야권 분열에 의한 어부지리 승리라고 봐야 할 것”이라며 “한국은 대만 문제를 놓고 중국과 갈등하지 않도록 우리의 자체 메시지 관리에 신경 써야 할 때”라고 짚었다.

김재철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는 “현재로썬 미·중 양쪽에 유인이 없어 무력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 정치권에서 대만 관련 갈등을 부각하려 할 수 있으며, 한국이 여기에 일희일비하며 따라 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제관계연구실장은 “‘대만 해협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등 앞서 정부가 우리 국익에 맞는 기준과 원칙을 국제사회에 밝힌 것은 만에 하나 무력 충돌이 발생했을 때 우리 행동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했다고 본다”면서도 “더는 강경하게 나가거나, 이를 번복하거나 할 필요 없이 현상 유지 전략을 고수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