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선보다 어려운 총선 민심 예측…'누적된 편향'도 걸림돌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873호 05면

[이준웅의 총선 레이더] ② 여론조사의 오차·편향

총선 민심이 가장 어렵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중요하기로 말하자면 통치권을 결정하는 대통령 선거가 으뜸이다. 우리 대선은 어쩐지 50.1 대 49.9로 수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건만, 다행히 우리는 보란 듯이 대선 예측을 잘 해내고 있다. 전국 단일 선거구를 예측하는 데 모든 열정과 비용을 쏟아부으며, ‘여기서 운명을 시험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주의를 다 하기 때문일까.

총선은 다르다. 먼저 250여 지역구에 저마다 다른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정당별 승패를 예측한 후, 결과를 총합해서 제1당을 예측해야 한다. 총선의 요체란 집권여당이 개헌 가능한 의석수를 얻느냐, 안정적 다수당이 되느냐, 여소야대를 허용하느냐, 아니면 개헌도 저지 못 할 지경으로 밀리느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총선에서는 대선에 비해 250여 배 많은 지역을 예측해야 하고 다시 그 결과를 총합해야 한다. 일단 규모 자체가 다른 것이다. 정치인들은 물론 여론전문가들도 열정과 조심성을 다하고, 알고 있는 모든 지식과 기술을 짜내도 파악하기 어려운 규모의 과제다. 그리고 덧붙여 ‘누적된 편향’의 문제가 개입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림3 수식

그림3 수식

사격이나 양궁 과녁에 놓인 탄착군의 사례를 들어 오차와 편향을 구분해 볼 수 있다. 〈그림 1〉에서 (가)는 오차와 편향이 모두 작은 경우다. 탄착군이 전체적으로 과녁의 가운데를 겨냥한 가운데 상하좌우로 약간씩 벌어진 경우다. (나)는 과녁의 한가운데를 맞추지 못하기에 오차 규모가 크다고 해야겠지만, 상하좌우 어느 쪽으로도 편향이 거의 없다. 즉 쏠림 현상은 없다. (가)와 (나) 모두 편향들이 상하좌우로 상쇄하면서 감소하는 경우다.

총선 예측에 적용해서 말하자면, 개별 투표소나 선거구에서 보수나 진보 쪽으로 기울어지는 크고 작은 오차들이 발생하더라도, (가) 또는 (나) 유형이라면 별문제가 없다. 오차들이 상쇄되어 전체적으로 민심이 어디를 향하는지 예측하는 데 편향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다)는 누가 봐도 문제다. 오차도 크지만, 탄착군이 왼쪽으로 쏠리면서 편향이 발생했다. 민심을 이런 식으로 탐지하는 여론조사는 뭔가 크게 잘못하고 있다고 해야겠다. 그런데 (라)의 경우가 미묘하지만 심각한 문제를 유발한다. (라)에서 예측오차의 규모는 (가)보다는 크지만 (나)와 (다)에 비해서 완연히 작다. 그러나 왼쪽으로 체계적으로 쏠린 탄착군이 편향으로 쌓이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를 낳을 수 있다.

2000년 총선과 2016년 총선은 출구조사를 포함한 모든 조사들이 민심을 헤아리지 못한 선거로 유명하다. 2000년에는 보수야당인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선전하여 제1당이 됐고, 2016년에는 진보야당인 민주당이 신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어 냈다. 모두 미세한 예측편향들이 누적하여 정치인과 여론전문가는 물론 시민 자신마저 놀라게 만들었던 경우다.

〈그림 2〉는 총선 출구조사의 오차와 편향을 제시한다. 우리나라 일류 조사기관의 역량이 쌓이면서 2012년 이후 오차 규모는 일정 규모 이내로 통제되는 양상을 보인다. 그런데 2000년의 민주당 편향과 2016년 새누리당 편향이 상쇄되지 않고 누적해서 총선예측 실패라는 대참극을 만들어 냈다. 〈그림 3〉은 2016년 보수정당 편향과 예측오차 간의 관계를 보여준다. 편향이 0에 수렴하면 예측오차도 감소하지만, 보수당 과대추정의 방향, 즉 x축의 오른쪽으로 발생한 편향들이 오차 규모를 늘렸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뉴타운’ 총선과 2012년 ‘박근혜 비대위’ 총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편향이 쌓이는 방향을 읽지 못하면서 민심을 놓쳤다.

편향이란 게 정치인과 여론전문가의 시각 자체가 삐뚤어져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선거기간 중에 시장바닥을 훑으며, 전화여론조사를 돌리며, 동료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정치인·언론인·조사전문가들이 일제히 한쪽으로 삐뚤어지기로 다짐하고 판세를 봤다는 해석에도 뭔가 설명이 필요하다. 나는 일단 편향이란 시민의 반격이라고 본다. 온갖 비용과 열정, 그리고 지식과 경험을 털어 넣으며 다가서려 하지만, 결코 쉽게 허락하지 않고 돌아서서 정치 엘리트의 뺨을 철썩 때리는 동료시민들의 반격 말이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