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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생각 선정적 내용 짜깁기 문제” vs “날 것 그대로 유튜브 속이 시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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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3호 06면

양극단·증오 온상 된 정치 유튜브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운영자들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입원 중인 서울대병원 앞에서 생중계를 준비하고 있다. 원동욱 기자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운영자들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입원 중인 서울대병원 앞에서 생중계를 준비하고 있다. 원동욱 기자

“오히려 나처럼 혼자 일하는 유튜버가 진짜 사실을 전달할 수 있다.”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건너편에서 영상을 찍고 있던 50대 보수 유튜버 김모씨는 “이젠 ‘진짜’ 기자들이 몇이나 있나 싶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취재진에 대한 반감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같은 현장에 있어도 꼭 기자들만 취재 허락을 해주고 우리는 무시한다”며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어떻게든 영상을 찍으려는 내가 진짜 기자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예전에 어느 기자가 나를 정신병자처럼 기사에 묘사했는데 그 생각만 하면 지금도 화가 치민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유튜브 채널은 전기통신사업법상 방송이 아니라 통신으로 분류된다. 또 정기간행물 등록을 하지 않은 유튜버의 경우 ‘언론’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20여 명의 유튜버들은 대부분 자신이 언론을 대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한편에선 유튜버들 스스로 자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구독자 3만여 명의 진보 유튜브 매니저 박모씨는 “그래도 상황을 봐가면서 영상을 찍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번에 이재명 대표 피습 관련 브리핑을 하는 장소에도 몇몇 유튜버들이 억지로 뚫고 들어가 소동이 벌어졌는데 이런 행동은 스스로 이미지를 깎아 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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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A신문사 기자도 “유튜버들이 소란을 벌인 뒤 취재가 더 어려워졌다”며 “유튜버들은 자극적인 장면만 노출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자정 노력이 전혀 뒤따르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방송사 촬영기자들 사이에선 “유튜버들 때문에 최소한 1시간30분 전에는 현장에 도착해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한 촬영기자는 “유튜버들은 언론사의 룰은 신경 쓰지 않고 포토라인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화도 나고 경쟁심도 생긴다”고 말했다.

정치 유튜버들의 이 같은 행태와 기존 언론과의 갈등 관계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회사원 김일영(32)씨는 “돈만 벌면 된다는 식으로 선정적인 내용만 짜깁기하는 걸 보면 유튜브는 아직 멀었다 싶다”며 “정치 유튜버들이 제기하는 의혹만 가지고 사실인 양 말하는 사람들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반면 언론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니 유튜브가 성행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았다. 대학생 변재윤(27)씨는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언론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정제된 언론의 뉴스보다 날 것 그대로의 유튜브가 속이 더 시원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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