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아과 의사 11명 중 4명 “그만 두겠다”…강원대병원 응급진료 비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4월 서울 시내 폐업한 소아청소년과 의원.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지난해 4월 서울 시내 폐업한 소아청소년과 의원.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전문의 충원 갈수록 힘들어…전공의 2명뿐” 

강원과 충북에 있는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잇따라 사직 의사를 밝혀 의료 공백 사태가 우려된다.

12일 강원대병원에 따르면 이달 초 소아청소년과 교수 11명 중 4명(36%)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 아직 사표를 제출하지는 않았다. 이들은 소아천식이나 알레르기 비염·요로 감염·소아 당뇨·심장질환 등을 담당하는 의사다. 이들이 떠나면 강원 영서북부지역 야간응급과 중증 환아 진료에 차질이 예상된다.

강원대병원 관계자는 “소아과 전공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매년 전문의 충원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전공의가 몇 명 없어서, 교수들이 야간 당직을 떠맡는 등 업무 부담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강원대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는 4년 차 1명, 3년 차 1명 등 2명에 불과하다. 3월엔 1명으로 준다.

병원 측은 지난 8일 의사 채용 공고를 냈지만, 전국적으로 소아 전문의가 부족한 상태여서 결원을 다 채울지는 미지수다. 병원 관계자는 “소아 의료공백 우려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라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온라인커뮤니티에선 “갈수록 소아과 가는 게 힘들어지는데 이젠 또 어딜 가야 하나요”라는 등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해 3월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회관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에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회관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에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대병원 야간 당직 전문의, 사직 의사 

이와 함께 최근 충북대병원에서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야간 당직 전문의 2명 중 1명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 이 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원래 소아과 교수 2명과 전문의 3명 등 5명이 일했다. 지난해 당직 전문의 1명이 그만뒀다. 현재 4명이 교대 근무하고 있으나, 최근 1명이 사직 의사를 밝히면서 신생아중환자실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병원 측은 사직 의사를 밝힌 전문의를 설득 중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낮은 수가와 소아 진료의 어려움, 저출생 등이 맞물려 소아과 전공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진다고 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레지던트(전공의) 1년 차 선발 결과(전기)’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는 206명 모집에 54명만 선발해 확보율이 26.2%에 그쳤다.

지방은 더 심각하다. 수도권은 모집 정원 121명 중 44명을 선발해 확보율이 36.3%였지만, 비수도권은 85명 모집에 10명을 선발해 확보율이 11.7%에 그쳤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태규 의원에 따르면 강원대병원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 동안 전공의 3명 충원에 그쳤다. 충북대병원은 현재 소아과 전공의가 1명(2년 차)이다.

충북대병원. 중앙포토

충북대병원. 중앙포토

올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확보율 26.2%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지난해 12월 성명을 통해 “전공의 수가 대거 감소하는 올해는 병원 입원 진료 대폭 축소와 그에 따른 혼란이 예상된다”며 “내년에는 3년제로 3·4년 차가 동시에 졸업하게 돼 인력난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2017년 ‘이대 목동 병원 중환자실 신생아 사망 사건’ 이후 소아과 전공 지원자가 크게 줄었고, 기피 현상이 수년간 누적되면서 지금은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전공의가 없다 보니 50~60대 교수가 야간 당직을 서는 형편이다. 체력에 부담을 느끼고, 개원을 택하는 교수도 있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