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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시아 개인·기업 제재…"항공기 동원해 북 미사일 수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미국 정부가 북한 탄도 미사일을 러시아로 이전하는 데 관여한 러시아 기업 3곳과 개인 1명을 제재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북한 탄도미사일의 러시아 이전은 러시아의 전쟁을 지원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을 가중하며 글로벌 비확산 체제를 약화하는 행위"라며 제재 배경을 설명했다.

제재 대상은 ▶국영항공사인 제224 항공단과 수장인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로비치 미케이치크 ▶블라디미로프카 첨단무기 및 연구 단지(VAWARC)▶아슈루크 미사일 시험장이다.

제224 항공단은 러시아 공군에서 분리된 상업용 항공화물 운송 서비스 회사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이 회사 소속 화물기 2대가 지난해 11월 말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및 관련 화물을 운송하는 데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VAWARC에는 지난해 말 북한 탄도미사일의 러시아 이전·시험에 관여된 시설·비행장·미사일 시험장 등이 있다.

러시아 매체에 등장한 북한산 추정 포탄. 사진 러시아 방송 캡처, 연합뉴스

러시아 매체에 등장한 북한산 추정 포탄. 사진 러시아 방송 캡처, 연합뉴스

이번 제재 대상에 항공 분야가 포함된 것은 러시아가 비행기까지 동원해 북한 미사일을 들여왔다는 점을 미국이 공식 확인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과거 미국은 러시아 선박 입항기록, 시베리아 횡단 열차 운행기록 등을 증거로 들며 북한이 러시아에 육로와 해로를 통해 미사일을 공급했다고 주장했다.

국무부는 이와 별개로 러시아군 수송항공사령부(VTA)가 소유한 항공기 4대를 자산 동결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항공기들은 지난해 11~12월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및 관련 화물을 이전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은 러시아가 무기에 대한 대가로 북한에 제공하는 모든 지원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북·러간 무기 거래에 관여하는 개인·단체를 밝혀내고 제재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추가 조치를 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추가 제재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국·한국 등 8개국 "러, 안보리 결의 노골적 위반"

이처럼 미국이 러시아 기업·개인 제재에 나선 이유는 러시아가 지난 6일 북한이 제공한 탄도미사일로 우크라이나를 또다시 공격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30일과 지난 2일에도 러시아가 북한산 탄도미사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사실이 밝혀졌는데, 이후에도 공격이 이뤄진 것이다.

특히 러시아가 지난 2일 우크라이나에 발사한 미사일이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특정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교도통신이 12일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사용한 북한 미사일이 KN-23으로 특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을 열고 마주앉은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을 열고 마주앉은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국제 사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를 지원하는 행위는 안보리 결의에 명백히 위반된다며 연일 러시아를 규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0일 미국·한국·일본·영국·프랑스·몰타·슬로베니아·우크라이나 등 8개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회의에 앞서 공동 성명을 내고 "지난달 30일, 올해 1월 2일과 6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파괴적인 공습을 가해 수십 명이 죽고 수백 명이 다쳤다"며 "이런 극악무도한 공격은 부분적으로 북한에서 조달한 탄도미사일과 발사대를 이용해 이뤄졌다"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북한 탄도미사일'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러시아 '북한 탄도미사일'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8개국은 "이는 북한으로부터 무기 조달 및 수출을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행위"라며 "안보리 상임이사국(러시아)이 이런 위반에 기꺼이 가담하는 것은 그 지위를 명백히 악용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9일에는 블링컨 장관을 비롯한 47개국 외교 장관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수출과 러시아의 미사일 사용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수십발의 탄도 미사일을 받았다며 북·러 탄도미사일 이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러시아, 북한으로부터 탄약 100만발 받아"

이런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100만발 넘는 탄약을 공급받았다고 말했다. 발트 3국을 순방 중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연설하며 "러시아가 이란 미사일 구매도 협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군이 해체한 북한산 포탄의 내부. 사진 엑스(옛 트위터) 캡처

러시아군이 해체한 북한산 포탄의 내부. 사진 엑스(옛 트위터) 캡처

외신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적국 러시아에 대한 '반미 진영'의 무기 공급을 거론하면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계속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북서쪽 부차 마을에 서 있는 모습.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100만발의 탄약을 받았다고 11일 밝혔다.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북서쪽 부차 마을에 서 있는 모습.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100만발의 탄약을 받았다고 11일 밝혔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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