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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적' 보여준 홍김동전…"폐지 안돼" 시위트럭까지 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KBS 예능 '홍김동전' 출연진과 포즈를 취한 박인석PD, 이명섭PD. 사진 KBS

KBS 예능 '홍김동전' 출연진과 포즈를 취한 박인석PD, 이명섭PD. 사진 KBS

KBS2 예능 ‘홍김동전’이 18일 종영한다. KBS는 “폭넓은 시청층 확대를 위해 노력해왔으나 아쉽게도 종방 소식을 전한다”고 밝혔다. 프로그램 폐지 발표에 청원글이 쏟아지고 사옥 앞에 시위 트럭이 등장할 정도로 열성적인 팬덤은 구축했지만, 시청률이 평균 1%대로 저조한 게 결정적 이유다.

화제성 지표에선 앞섰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에서는 KBS 비드라마 30주 연속 1위(1일 기준)를 기록했고 KBS 유튜브 채널에선 최고 500만 뷰 이상(단일 영상 기준)의 조회수를 보였다. 글로벌 스타인 방탄소년단 지민과 빅뱅 태양은 애청자를 자처하고, 솔로 활동 첫 예능으로 ‘홍김동전’을 택했다. 네이버엔 팬 카페 ‘동전지갑’이 만들어지는 등 2030 사이 인기를 끌었던 예능이기에 이번 폐지 결정은 플랫폼 확장 면에서 KBS의 아쉬운 선택임은 분명하다. 소문엔 다른 OTT 플랫폼에서 ‘홍김동전’ 구매 의사를 보이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KBS '홍김동전'에 출연한 방탄소년단 지민, 사진 KBS

KBS '홍김동전'에 출연한 방탄소년단 지민, 사진 KBS

‘홍김동전’은 관찰 예능이 주를 이루는 지상파에선 보기 드문 신생 리얼 버라이어티다. 신생 예능이지만 트렌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구개념 예능’을 표방하는, 2000년대 인기 예능에서 본 듯한 게임만 하는 독특한 콘셉트로 시작했다. 서울 사투리, Y2K 패션 등 복고에 빠진 젊은 세대에겐 재미를 줬고, 어린시절 TV쇼를 봤던 기성세대의 향수를 자극했다. 폐지 발표로 화제가 되자 뒤늦게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들은 “몇 편 몰아보고 완전 빠졌다. KBS에 이런 예능이 있는 줄 몰랐다”, “뒤늦게 웨이브로 입문했다” 등 긍정적인 시청소감을 많이 남겼다.

또 다른 인기요인으론 혼성 멤버 조합이다. SBS ‘패밀리가 떴다’·‘런닝맨’ 등 인기 혼성 버라이어티가 있었지만, 두 여성 MC가 리더가 되어 프로그램 웃음을 이끄는 것은 ‘홍김동전’이 거의 유일하다. 베테랑 예능인 김숙의 안정적 진행, ‘분장쇼’ 등 온몸으로 웃기는 홍진경에 더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남동생들(조세호·주우재·장우영) 조합이 따뜻한 재미와 감동을 불렀다.

제작진의 이스터에그(창작자가 작품 곳곳에 숨겨 놓은 메시지)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박인석 PD는 자막으로 출연자와 소통하고, 과거 연출했던 ‘1박2일 시즌3’·‘언니들의 슬램덩크 시리즈’의 자료 화면을 적재적소에 넣어 웃음을 배가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오는 뮤직비디오까지 튀었다. 김숙 생일 특집엔 김숙이 예능에서 걸그룹으로 활동했던 ‘언니쓰’ 뮤비를, 1주년 때는 2001년 나온 ‘벌써 1년’ 뮤비를 틀었다. 이외에도 2PM 출연엔 ‘하트비트’를, 차태현 출연엔 ‘아이러브유’를 보여줬다. 보통의 예능이 최신 뮤직비디오를 틀 때 ‘홍김동전’은 상황에 맞는 노래를 선택, 프로그램 전반에서 제작진의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KBS '홍김동전' 촬영장에서의 박인석PD. 사진 KBS

KBS '홍김동전' 촬영장에서의 박인석PD. 사진 KBS

그럼에도 시청률이 낮았던 배경엔 잦은 편성 변동이 컸다. ‘홍김동전’이 방영한 1년 6개월 사이에 목요일에서 일요일 그리고 다시 목요일로 편성 이동이 두 차례 있었다. 여기에 폭우 피해, 태풍, 이태원 사고 등의 이슈로 인한 불가피한 결방에 미방영까지 생겨 아쉬움이 컸다. 해외 특집으로 떠난 홍콩에서도 74년만의 현지 슈퍼 태풍을 만나 호텔방에 갇혀 있어야만 했다. 프로그램이 매주 재미있는 건 아니기에 경쟁작도 중요했는데, 일요일 오후 9시는 화제성과 시청률 높은 SBS ‘미운 우리 새끼’가 있었다.

박인석PD는 “편성 이동에 아쉬움 많았지만 KBS 내부에서 배려 많이 받은 것도 사실이다. 재방송 한 번이라도 더 챙겨주려는 편성실 노력도 있었고, ‘시청률 1%의 기적’이라는 칭찬도 받았다”면서 “격하게 응원해주신 열혈시청자 덕분에 힘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KBS 예능은 어쩔 수 없이 시청률 기준을 따르는 보수성을 드러낸다. 플랫폼의 특성이라 할 수 있지만, 예능PD들의 새로운 기획 의지를 꺾을 수도 있다. 현재 방식대로하면 ‘제2의 홍김동전’과 같은 프로그램을 시도하면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트렌디하고 실험적인 신규 예능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여러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칼럼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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