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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美유조선 나포"…홍해 이어 '원유 동맥' 호르무즈 긴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21년 걸프 해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 국적의 유조선이 혁명수비대 고속정의 감시를 받으며 이란 항구로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021년 걸프 해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 국적의 유조선이 혁명수비대 고속정의 감시를 받으며 이란 항구로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친(親)이란 예멘 반군 후티의 공격으로 홍해 바닷길이 위협을 받는 가운데 이란이 11일(현지시간) 걸프 해역과 이어진 오만만에서 유조선을 나포했다. 이곳은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있는 곳이다. 이란이 이스라엘의 가지지구 공격을 비롯해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지휘관 폭사, 시리아 친이란 시설 폭격 등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경고한 만큼 이번 나포가 ‘보복 행위’ 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이날 “이란 해군이 오만만 해역에서 미국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나포했다”며 “해당 유조선이 올해 이란의 석유를 훔쳐 미국에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걸프 해역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이라크,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의 해상 진출로다. 전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이곳을 지나간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도 오만만 인근에서 군복 차림의 남성들이 유조선에 무단 승선하는 일이 있었다고 경고했다. 이 선박은 튀르키예 정유업체 알리아가로 운송할 석유를 싣기 위해 이라크 바스라 인근 해상에 정박해 있었고, 이후 방향을 바꿔 이란의 반다르 에-자스크로 향했다.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운용하는 그리스 선사인 엠파이어 내비게이션은 이 배에 그리스인 1명과 필리핀인 18명 등 모두 19명이 승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셜 제도 선적의 이 배는 지난해 제재 대상인 이란산 석유 밀수에 연루된 적이 있다.

이란은 부인하지만, 후티가 사실상 이란의 지원 속에 홍해에서의 군사 행동을 감행하는 만큼 이란이 글로벌 교역의 통로인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위협을 동시에 가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번 나포는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상선에 공격을 해 세계 해상 물류에 큰 지장을 주는 가운데 벌어졌다. 이란은 하마스를 도와 대 이스라엘 공격에 나선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을 지원해왔다. 지난 3일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에서 폭발이 일어나 100명 넘게 숨지자 이란은 사건의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다며 대응을 예고해 왔다.

이란은 미국 등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왔다. 솔레이마니의 사망 1주기였던 2021년 1월에는 사우디에서 UAE로 향하던 한국 선박을 나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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