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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오싹해요"…'슈돌' 두번 나온 동해 미로원 처참한 최후 [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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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대왕암공원 내 미로원. 김윤호 기자

울산 대왕암공원 내 미로원. 김윤호 기자

공중파 예능프로그램 '슈돌(슈퍼맨이돌아왔다)'에 두 번이나 등장해 화제를 모은 동해 바닷가 '미로원'이 곧 철거된다. 미로원 담장, 즉 울타리 역할을 하는 나무와 관련 부대 시설이 관리 부실로 시들해지고 썩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찾은 울산시 동구 대왕암공원. 공원 임시주차장 뒤편 대나무 숲길을 따라 3분 정도 걸어 들어가자 노랗게 죽어가는 나무와 잡풀이 우거진 숲이 나타났다. 방송에서 본 바로 그 '미로원'이었다.

울산 대왕암공원 내 미로원. 울타리로 만든 나무가 죽어있다. 김윤호 기자

울산 대왕암공원 내 미로원. 울타리로 만든 나무가 죽어있다. 김윤호 기자

울산 대왕암공원 내 미로원. 길 찾기 놀이를 하기 위해 지나가야 하는 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지저분하다. 김윤호 기자

울산 대왕암공원 내 미로원. 길 찾기 놀이를 하기 위해 지나가야 하는 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지저분하다. 김윤호 기자

'길 찾기' 놀이를 즐기는 관광시설인 미로원은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다. 울타리 역할을 하는 1.5~2m 높이 서양측백 나무 대부분은 노랗게 떠 죽은 상태로 앙상하게 서 있고, 미로원 바닥은 나뭇가지와 잡풀로 뒤덮힌 상태였다. 미로원 길 일부는 울타리 나무가 옆으로 쓰러져 막혀 있었다. 미로원 한가운데 조성된 원목 파고라와 나무 데크 계단은 칠이 벗겨진 채 발이나 손이라도 잘못 디디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 원인 모를 악취까지 났다.

관광·놀이시설인 미로원 울타리는 주로 병해충에 강하고 잘 죽지 않는 서양측백 나무로 조성한다. 기존 공원용지에 조경시설을 꾸미는 것처럼 미로원을 만들기 때문에 큰돈을 쓰지 않고 지을 수 있다. 관리도 어렵지 않다. '가지치기' 정도만 잘해주면 관광·놀이시설로 반영구적 활용이 가능하다. 그래서 국내 여러 지자체가 이른바 ‘거저먹는’ 시설로 여러 곳에 꾸며 활용 중이다.

울산 대왕암공원 내 미로원. 파고라의 칠이 곳곳에 벗겨져 있다. 김윤호 기자

울산 대왕암공원 내 미로원. 파고라의 칠이 곳곳에 벗겨져 있다. 김윤호 기자

 울산 대왕암공원 내 미로원. 파고라의 칠이 곳곳에 벗겨져 있다. 김윤호 기자

울산 대왕암공원 내 미로원. 파고라의 칠이 곳곳에 벗겨져 있다. 김윤호 기자

울산 동구도 2016년 12월 주차장·오토캠핑장과 함께 대왕암공원 내 부지에 2433㎡ 규모로 미로원을 만들었다. 사업비는 약 4억원 들었다. 다른 지역 미로원처럼 사시사철 푸른 서양측백 나무 4600여 그루를 심어 울타리를 조성했다. 전망대 같은 파고라도 나무로 근사하게 설치했다. 2019년과 2021년 예능프로그램 등을 통해 바닷가 이색적인 미로원으로 비칠 만큼 근사했다. 인기도 꽤 끌었다. 하지만 반짝인기 후 지자체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결국 조성한 지 7년 만에 그저 그런 숲처럼 변하자 철거하기로 했다.

동구는 연말까지 미로원을 철거하고 전문가 의견을 구한 뒤 체험형 숲 놀이터 같은 새로운 관광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비 등으로 예산 5억원을 마련했다.

 울산 대왕암공원 내 미로원. 김윤호 기자

울산 대왕암공원 내 미로원. 김윤호 기자

울산 대왕암공원 내 미로원. 길찾기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김윤호 기자

울산 대왕암공원 내 미로원. 길찾기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김윤호 기자

대왕암공원에서 만난 주민 신모(40·여)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방송 배경에 등장해서 외지인이 많이 찾고, 사진도 찍고 그런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아무도 가지도 않더라"며 "어둑어둑한 오후에 미로원 쪽에 가보면 요즘은 오싹할 정도로 인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구 관계자는 "미로원은 무료 시설이다 보니 방문객을 별도로 집계하지 않는다"라며 "별도 관리 인력이 없어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지자체가 만든 미로원이 20곳 넘게 있다. 공원이나 수목원 내에 주로 만들어 영구적인 놀이시설로 활용 중이다. 대표적인 곳이 제주도 김녕미로공원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미로공원으로, 30여년 미국인 더스틴 교수의 아이디어로 개발됐다고 한다. 3m 높이의 나무가 빼곡하게 이어지고 체계적인 관리까지 더해져 늘 방문객으로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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