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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복귀 더딘데, 해외여행 급증…여행수지 적자 확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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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달 28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연말·연시를 해외에서 보내려는 인파로 붐비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8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연말·연시를 해외에서 보내려는 인파로 붐비고 있다. [뉴스1]

회사원 최모(33)씨는 지난해 일본 여행을 두 차례 다녀왔다. 5월 교토, 12월 도쿄에서 2박 3일씩 보내면서 ‘맛집 투어’에 집중했다. 최씨는 “코로나19 때문에 해외여행 못 갔던 한을 풀려고 고급 식당 위주로 갔다. 환율 때문에 일본 체감 물가가 내려간 거 같다”면서 “올해는 친구와 삿포로 여행을 가려고 한다. 제주도는 차량·호텔 등 경비 부담이 큰 편이라 같은 돈이면 일본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쌓인 여행수지 적자가 코로나19 유행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엔저(低)와 ‘보복 여행’ 경향을 타고 일본·동남아 등으로 출국하는 발길이 크게 늘어난 반면, ‘유커’(遊客·중국 관광객) 등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 여행객 회복 속도는 그에 미치지 못해서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여행수지(잠정)는 직전 10월(-6억4000만 달러)의 두 배인 -12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18년 11월(-13억5000만 달러) 이후 5년 만에 동월 기준 최대 적자 폭이다. 한은은 “동남아·중국 등 관광객 감소로 여행 수입이 줄어든 반면, 출국자 증가로 여행 지급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1월 여행수지 누적 적자 규모는 112억9000만 달러로 불어났다.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출입국이 주춤했던 2020년(-58억2000만 달러), 2022년(-79억3000만 달러) 등을 훌쩍 넘겼다. 팬데믹 전인 2019년(-118억7000만 달러) 수준에 육박한다. 12월 여행수지도 ‘마이너스’가 확실시되는 만큼 2019년 연간 적자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여행으로 버는 돈보다 빠져나가는 돈이 훨씬 많은 셈이다.

국내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인원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내국인 출국자는 2030만명에 달했다. 2800만명대였던 2018~2019년에 근접한 수치다. 지난해 7월부터 꾸준히 월 200만명 넘게 외국으로 떠나고 있다. 코로나19에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한 셈이다.

특히 거리가 가깝고 비용 부담이 줄어든 일본의 인기가 높다. 일본정부관광국이 집계한 지난해 1~11월 일본 방문객 가운데 한국인은 618만명으로 전체 국가 중 1위였다.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5.7% 늘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반면 지난해 11월까지 관광 등을 위해 한국에 들어온 입국자는 999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1750만3000명)과 비교하면 57% 안팎이다. 예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상대적으로 갈 길이 먼 셈이다. 특히 국내 관광을 주도해온 중국인이 176만6000명으로 2019년(602만3000명)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 게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여름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여행을 허가하면서 증가세가 빨라졌지만, 경기 부진 등으로 ‘큰손’ 유커 귀환 효과가 아직 적다.

엔데믹(풍토병화)이 자리 잡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더 늘어날 거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국내서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 발길도 줄지 않는 만큼 국내 관광 수요를 끌어올려야 여행수지가 개선될 거란 목소리가 나온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유커에만 의존할 수 없는 만큼 외국인 관광의 다변화·활성화가 같이 가야 한다”며 “서울뿐 아니라 지방도 K컬처 이벤트 등을 키워 해외 여행객의 체류 기간과 관광 지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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