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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비율 2년새 105.4%→100.8%…"대출 수요 늘 것" 우려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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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8%로 집계됐다. 2021년(105.4%)과 2022년(104.5%)에 비해서는 소폭 낮아진 수치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전망되면서 대출 수요가 살아날 수 있는 데다 정책대출 자금도 대거 풀리면서다.

10일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1년 사이 10조1000억원 늘었다.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095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지난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51조6000억원 늘어나 전년(+20조원) 대비 증가 폭을 크게 키웠다. 이 중엔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모기지로 인한 대출 증가분이 29조4000억원을 차지했다.

2022년엔 금리 상승 여파로 8조8000억원 순 감소했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주택 거래량이 회복되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다만 금융당국은 예년 대비 완만한 증가세로 평가했다. 2020년과 2021년 집값 상승기를 거치며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각각 112조3000억원‧107조5000억원 급증한 것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하면서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2년 연속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데에 의의를 뒀다.

이 같은 둔화세는 지난해 연말 들어 뚜렷해졌다. 지난해 12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2000억원 늘었는데, 이는 지난해 4월(+2000억원) 이후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주담대는 지난해 12월 5조1000억원 늘어나 11월(5조6000억원)에 비해 증가 폭을 소폭 줄였다. 지난해 9월 특례보금자리 일반형 공급이 중단되면서 정책대출이 감소세에 접어든 영향이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지난해 12월 4조9000억원 줄었다. 연말 상여금이 유입되면서 대출이 줄고, 금융사가 회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부실 대출을 싼값에 팔거나(매각) 장부에서 아예 지워버린(상각) 영향이다. 윤옥자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부실채권을 매‧상각한 규모가 예년에 비해 커 기타대출이 뚜렷하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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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이 같은 가계부채 증가 둔화세를 이어가면서, GDP 대비 비율을 100% 밑으로 끌어내리겠단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GDP 대비 비율이 80%를 넘을 경우 가계의 빚 부담이 지나치게 커져 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이날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차주(대출자)의 미래 상환 능력을 감안하는 대출 관행을 확고하게 정착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2월 말부터는 차주의 상환 능력을 보다 엄격히 따져보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제도도 시행된다.

다만 일각에선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도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부가 저렴한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정책대출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서민과 실수요층의 자금 애로 해소를 위해서는 정책 모기지가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DSR 규제를 받지 않는 정책대출에 수요가 몰리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자극할 거란 지적도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정책자금 대출이 지난해 수준으로 공급되고, 인구 감소 지역의 주택 매입을 유도하는 ‘세컨드 홈’ 정책 등도 더해지면서 부동산 수요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한은은 "현재 집값이 소득과 괴리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집값 상승 기대를 꺾는 일관적인 정책과 함께 점진적인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올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형성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에 다시 속도가 붙을 거란 우려도 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에 주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양적 관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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